환경단체가 ‘환경의 날’에 ‘백지성명’을 낸 진짜 이유는?

2003.06.05 | 미분류

오늘은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입니다. 19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인류는 “현재와 미래의 세계를 위하여 인간 환경을 보호하고 개선하는 것은 이제 인류의 지상목표가 되었다”고  발표하고,  ‘유엔 인간환경선언’을 채택하였습니다. 그해 제27차 유엔총회는 유엔 인간환경회의 개최일인 6월5일을 ‘세계 환경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한국정부는 이 날을 법정기념일로 정해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환경의 날 지정은 모든 인류가 갈수록 심화되는 자연파괴를 막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 인종과 민족, 그리고 국가를 초월하여 환경보전에 매진하겠다는 결의를 하는 데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나 이번 환경의 날은 우울하기만 합니다. 아니 우울함을 너머 비통함을 느낍니다. 노무현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노무현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성직자들과 종교계,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호소를 지금까지 방관하거나 외면하고 있습니다. 자기참회와 희생, 생명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의 참가자들이 보여준 소리 없는 실천노력을 침묵으로 방치하고 있는 노무현정부의 비정함을 지금 우리는 지켜보고 있습니다. 새만금문제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노무현정부를 바라보며 녹색연합은 ‘세계 환경의 날’에 대한 입장표명을 접고 ‘백지성명’으로 이를 대신하기로 했습니다. 녹색연합은 경제성장과 개발을 앞세우는 노무현 정부의 반(反)환경적인 정책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백지성명’을 내놓은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네분 성직자의 ‘삼보일배’, 그 낮고 깊은 생명의 울림에 등을 돌렸습니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이처럼 소리없는 메아리가 된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참여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실망은 ‘우려’ 수준을 넘어 ‘통탄’ 차원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노무현 참여정부는 균형과 삶의 질을 강조하지만 빈부의 격차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절대 안전하지 않은 핵발전정책을 고수하기 위해 핵폐기장 후보지를 지정하고, 세계 도시 중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서울과 수도권에 오히려 난개발을 부추기며, 경제특구법을 통해 환경규제를 완화하고 골프장과 스키장 건설을 부추기는 정부가 ‘환경의 날’에 무엇을 기념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환경의 날 기념식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대통령 스스로가 환경정책을 10년 전으로 후퇴시키면서 국민들에게 환경보전에 앞장서라고 호소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겠지요. 노무현 정부 아래서 ‘환경’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습니다.

녹색연합의 성명이나 논평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절실히 바라던 온 국민들의 작은 희망과 바램을 담아왔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그간 정부의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메신저임과 동시에 비판자 역할을 해 왔습니다. 녹색연합이 세계 환경의 날에 대한 입장표명을 포기했다는 것이 어쩌면 직무유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님, 아무것도 담겨 있는 않은 것 처럼 보이는 하얀 백지 성명안에 담겨있는 ‘간절한 호소’를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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