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바다를 팔아먹는데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

2003.06.26 | 미분류

KBS “과거를 참회합니다” 라는 방송관련기사가 6월25일자 한국일보에 실려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KBS는 신설된 매체비평 프로그램을 통해 ‘자아비판’을 담은’KBS, KBS를 말한다’를 내보내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매체간 성역없는 건강한 상호 비평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KBS 자체의 굴절된 모습부터 짚고 넘어가겠다는 내용이다. 언론이 자기반성을 시작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는 여전히 일부언론들이 사회적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에만 몰두해 위기조장하거나 사회적 합의과정을 지나치게 폄하하는 등 언론 고유의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하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최근 새만금사업관련 언론 보도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새만금사업과 관련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91년 착공된 새만금 사업은 96년 시화호 수질문제가 부각되자 환경단체들은 ‘새만금간척사업이 제2의 시화호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자료근거를 통해 제시하였으며, 이에 국민의 정부는 99년 민관공동조사단을 구성, 수질보전대책을 점검했으나 사업추진여부에 대한 찬반의견이 팽팽해 2년간이나 사업이 중단됐다가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결정을 내려 사회적 갈등요인을 억지로 봉합해 버렸다. 참여정부의 출범과 함께 환경보전을 주장하는 종교인들과 환경단체들은 ‘3보(步)1배(拜) 시위’를 벌였고 환경단체 회원들은 물막이 공사현장에서 방조제 허물기 위한 ‘생명의 삽질’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북지역 주민과 공무원들은 상경시위와 정권퇴진 투쟁경고로 맞서도 했다. 초기에는 보존론자와 개발론자의 갈등구도는 새만금 주변주민들의 개발요구가 커지면서 점차 환경단체와 전북도민의 대결구도처럼 바뀌었다.

이러한 대립구도속에서 일부언론은 삼보일배로 고조된 새만금문제를 사적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활동으로 매도했다. 즉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 새만금사업 중단 삼보일배시위를 벌이고 있는 순례단을 마치 사익을 위해 집단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도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없고 이익집단만 있다(조선일보(5.21))>는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국정을 다루는 장관인지 이익집단의 대변자인지 모를 형태도 눈에 띄고 있다”며 비판했다. <광화문 대중집회 소란 언제까지(중앙일보(5.31))>의 기사는 “이익집단들을 저마다 몫를 챙기려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정부는 갈등조정에 무기력한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기사들은 새만금문제와 관련한 환경단체들의 활동을 마치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인 것처럼 표현함으로써 갈등조장의 한 원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의 환경문제의 논란은 청와대와 국회 등 정치권이 수수방관하여 문제를 확대시켰다. 참여정부는 환경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유감스럽게도 이 정부는 환경정책에 대한 충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고 국토정책에 대한 애매모호한 말로 문제의 심각성을 호도하는 등 환경단체들로부터 불신을 초래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집안싸움과 당권경쟁을 지켜본다고 허송세월을 보냈다. 한마디로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수수방관으로 임하여 국민적 갈등을 부추겨 문제를 확대시킨 장본인이라고 해도 억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 역시 이 문제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새만금 사업에 있어 정작 문제가 심각한 쪽은 경제신문들이다. 경제성장만이 살길이라는 이념으로 무장해 있는 조직에게 바램을 갖는다는 것이 애초부터 무리겠지만. 이들 언론의 태도는 하나같이 새만금사업 등과 같은 국책사업의 중단은 재정손실로 이어지고 외자유치에도 차질, 국가신용도 추락 등의 ‘경제위기’로 몰아가고 있고,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고 논리로 노골적인 극도의 위기감을 조성해 사업강행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즉 ‘못 먹어도 고’하는 화투판의 정신을 보여주듯. 또한 새만금문제와 관련한 논쟁을 폄하기도 한다. “새만금 공사를 놓고도 양보없는 세싸움이 전개되는 등 집단이기주의가 난무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제가 회복되고 기업투자가 살아나길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얻으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한국경제사설(6.11))며 경제논리로 접근하고 있으며, “정부의 무원칙이 거듭되자 우리나라에는 지금 “목소리를 높이면 통한다”는 식의 ‘떼~한민국’이라는 집단증후군(신드롬) 현상마저 일고 있을 정도”라며, “새만금 사업은 곧 물막이 공사가 끝난다. 국토확장이라는 큰 의미에서 이를 이해해야 한다. 환경단체도 이제는 정부정책에 승복, 현실을 이해하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서울경제 사설(6.7))며 사적이익집단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또한 새만금사업과 관련된 논쟁을 ‘해묵은 논쟁’으로 폄하하는 것도 서슴치 않았으며, 새만금을 놓고 ‘소모적인 갈등과 대립을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는 없다’며 ‘새만금 갈등’이제 끝내자(서울경제 (6. 16))’고 충고하고 있다.

언론이 시민들을 계몽하는 자세를 갖기 이전에 시민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드는 얼마만큼 노력했는지 뒤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시민들을 쉽게 ‘피곤’하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언론이 갈등의 원인은 이것저것 짚을 수 있어도 대다수가 납득할 만한 대안찾기에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물론 이 점에 있어서 환경단체에서도 진지한 자기반성도 함께 있어야 한다. 새만금문제가 전라북도의 지역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지역발전이 무엇인가에 대한 분석과 대안이 빠져있으며, 노무현대통령이 약속한 신구상기획단이 6월초까지 가동되어 대안을 모색하기로 하였으나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인지, 전주권의 그린벨트해제가 새만금간척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는 지난 2001년 정부의 사업강행결정과 어떻게 배치되는지, 농업기반공사가 4공구에 대한 물막이 공사를 서둘러 진행한 이유는 무엇인지, 물막이공사과정에서 환경운동가들이 지역주민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수수방관한 이유는 무엇인지, 방조제 건설이 새만금갯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쌀이 남아돌고 있다는데 갯벌을 막아야 하는지 등등에 세밀한 기사가 나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아름다운 동강을 지켜내는데 큰 몫을 해낸 언론에 바램이 있다면 정치논리와 경제논리로만 새만금을 바라보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언론이 새만금이라는 바다를 팔아먹는 것, 국토파괴를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 국토의 문제와 환경의 문제는 결코 정치적 흥정이나 주판알로 계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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