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중심의 경제외투를 벗어버리자

2003.07.04 | 미분류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최근 환경문제를 둘러싸고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과도기적 상황이라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환경정책방향을 제대로 세우지 못할 경우, 환경분야의 개혁방안을 제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국엔 다음세대에게 개발독재의 후유증을 물려줄 수밖에 없으리라는 위기감과 비관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참여정부는 균형발전과 삶의 질을 강조하지만 빈부의 격차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절대 안전하지 않은 핵발전 정책을 고수하기 위해 핵폐기장 후보지를 지정하고, 세계 도시 중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서울과 수도권에 오히려 난개발을 부추기며, 경제특구법을 통해 환경규제를 완화하고, 골프장과 스키장 건설을 부추기기에 급급한 정부가 무슨 환경을 이야기할 수 있나. 물론 정부는 ‘경제 활성화’라는 말로 정당화하고 있다.  

지금의 환경문제 논란은 청와대와 국회 등 정치권이 수수방관하여 문제를 확대시켰다. 유감스럽게도 현 정부는 환경정책에 대한 충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고 국토정책에 대한 애매모호한 말로 문제의 심각성을 호도하는 등 환경단체들로부터 불신을 초래했다. 환경문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부처 장관들에 기존 경제관료들을 대거 임명함으로써 노무현정부는 환경정책방향에 대한 무관심을 노골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동안 힘들게 문제제기를 해 왔던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의 심정은 허탈감을 넘어 노여움과 치욕스러움 그 자체였다. ‘반푼수가 집안을 망친다’는 말이 있듯 인적자원의 부족과 국정시스템에 대한 이해부족 등으로 집권초기부터 환경분야에 대한 치밀한 구상이 없었던 현정부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정치권을 어떠한가?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집안싸움과 당권경쟁으로 귀중한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한마디로 정치권은 환경문제에 있어서 수수방관으로 임하여 국민적 갈등을 부추겨 문제를 확대시킨 장본인이라고 해도 억울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마당에 정부는 언제까지 말로만 ‘삶의 질 향상’, ‘국토균형 발전’ 운운하고 있을 것인가? 그것도 모자라 ‘2 만불시대의 진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처럼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삶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경문제는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는데 말이다.

정치권은 하나같이 새만금사업 등과 같은 국책사업의 중단은 재정손실로 이어지고 외자유치에도 차질, 국가신용도 추락 등의 ‘경제위기’로 치달으며, 이에 따른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논리로 극도의 위기감을 조성해 사업 강행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즉 ‘못 먹어도 고’하는 화투판의 정신을 보여주듯이 국책사업을 둘러싼 논쟁을 ‘해묵은 논쟁’으로 폄하하는 것도 서슴지 않고 있으며, ‘소모적인 갈등과 대립을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는 없다’며 ‘극도의 피곤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권이 국책사업에 대한 찬성주장을 뒷받침할 목적으로 일부 사실을 과장하거나, 당연히 제기되어야할 문제에 대해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정부와 정치권, 개발업자 등이 야합한 결과이다.

그렇게도 환경오염으로부터 국민과 역사를 지켜낼 대안이 없고, 비전이 없는가? 문민정부시절 무분별한 규제완화정책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부족한 토지공급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준농림지역의 개발을 허용해, 논밭 한복판에 ‘나 홀로 아파트’가 들어서고, 가는 곳마다 러브호텔과 대형 음식점의 난립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경제 우선 정책을 밀어붙인 문민정부가 정권 말기에 외환위기를 겪고 나라경제를 위험에 빠뜨린 것을 보면 환경규제 완화가 곧 경제활성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완화해서는 안될 규제를 완화하면 오히려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오고 기술혁신을 저해하며 산업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문민정부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통해 우리가 배운 교훈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새만금사업 등 국책사업의 전면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양적 성장의 경제외투를 벗어버리는 것이다. 그동안 국토의 자연환경과 지속가능성을 훼손해온 관행을 극복하고 자연환경과 생명을 대하는 국가정책의 근본태도를 변화시키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지금의 총체적인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완전히 판을 새로 짜야 한다. 그 책임은 당연히 첫째로 정부에 있다. 대통령은 책임지고 양적인 성장만을 비전으로 제시하는 데에서 벗어나, 질적인 성장, 환경을 고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겐 실낱같은 희망이 남아있기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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