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지상주의 / 권용호

2003.07.22 | 미분류

개발지상주의

권용호/녹색연합, 녹색바람 회원

며칠 전 지인에게서 외국의 환경운동가가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외국에서는 갯벌을 지키기 위한 운동을 할 때는 갯벌만 지키자는 이슈만 내세우면 되는데, 한국에서는 갯벌을 지키기 위한 운동을 하는데 갯벌을 지키자는 이슈보다는 경제적 가치를 먼저 내세우고, 지역의 발전을 이야기해야 되는지 자기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외국의 환경운동가로서는 이 땅의 환경 분쟁이 당연히 이해가 안 될 것이다.
아직 이 땅을 지배하고 있는 개발지상주의를 이해 못 할 것이며, 거대한 공기업이 일방적으로 저지르는 환경파괴의 횡포, 지역사회를 분열시키는 공기업의 간악함, 무엇보다도 법치국가의 수치이자 공기업들만의 특혜, 즉 개발드라이브 정책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특례법을 이해 못 할 것이다.

아직도 이 땅은 개발지상주의가 지배를 하고 있다.
과거, 전 국민의 공감을 얻었던 구호는 “우리도 잘살아보자”였다.
박정희 군사정권시절 지배계급들은 그들의 취약한 정통성을 만회하기 위해 경제강국으로 가는 개발지상주의를 추진하였다. 잘사는 것이 곧 인간다운 삶이었고, 그 해결은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개발이었다. 양적인 풍요와 물질문명의 편리함을 알게 된 이 땅의 사람들에게양적의 풍요와 물질문명의 편리함이 그 들의 새로운 가치관으로 자리 잡아 갔다. 그 가치관은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환경파괴는 무시해도 좋은 것이었고, 그 고정관념과 관성적 생각들이 아직 이 땅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의 눈부신 성과는 외국에서는 100년이 되어야 가능한 것을 우리는 30년 만에 이루었다고 한다.
외국이 100년이 되어야 이루어진다는 경제성장을 우리는 30년 만에 이루었다는 사실은 거꾸로 말하면 외국은 100년이 지나야 나타 할 환경파괴가 우리는 30년 만에 파괴를 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직 우리는 오직 물질 풍요만이 잘 사는 것이고 인간다운 삶이며,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인 자연 보호, 생명의 존중이나 평화 사랑 인권 등은 우리에겐 머나먼 얘기일 뿐이다.  

지금까지 이 땅의 환경 파괴 뒤에는 정치논리, 경제논리, 지역논리가 숨겨져 있다.
이 땅의 정치인들은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을 이야기 한다. 개발이 되어야 발전을 하고 그래야만 잘 살수 있다고 국민을 현혹한다. 그런 정치논리는 막대한 이윤이 창출되는 경제논리와 손을 맞잡고, 여기에 지역주의가 가세를 한다. 우리도 어느 지역처럼 공장이 들어서야 하고 번듯한 건물이 들어서야 잘 살수 있다는 지역 발전 논리가 가세를 한다.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이란 그 지역만의 지역적 특성, 지역의 고유문화, 그 지역만의 특산물, 천혜의 경관, 이런 것들은 안중에 없다. 그저 개발만이 지역민들의 사고를 지배 한다.설악산이 있는 지역출신의 정치인은 설악산의 개발을 외치고, 전북 출신의 정치인들은 새만금 간척만이 전북 도민이 살 길 이라고 이야기 한다. 여기에 지역 언론이 가세를 하면 지역주의는 무서운 신앙으로 변한다. 이런 복잡한 구도를 시민의식이 성숙하고 건강한 외국인들은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갯벌을 지키기 위해서 왜 경제논리를 이야기 하고 정치논리를 반박해야 하고 지역주의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 땅의 환경운동가의 고충을 외국 환경운동가는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10년 사이에 환경 운동은 한국사회에서 대표적인 시민운동으로 성장하였다고 한다.
이런 호의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의 환경 인식은 아직 낮으며. 또한 환경정책을 결정하는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 또한 미미한 것이라고 한다. 환경위기를 인식한 세계 각국은 이미 1972년 스웨덴의 스톡홀롬에서 “유엔환경선언”을 발표하였고, 유엔환경선언 이후 환경권의 이념이 세계 각국의 법체계에 흡수 되었고, 우리 헌법도 제33조에서 “모든 국민은 환경보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환경권을 명백히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나라 정부에는 환경권의 이념이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는 안중에도 없다.
법의 정신도 무시하는 쉬지 않는 개발, 정치논리와 경제논리, 거기에 지역주의가 가미된 개발지상주의만 있을 뿐이다. 이러한 개발지상주의의 광풍을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시민운동으로 성장 하였다는 환경운동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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