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환경문제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3.11.13 | 미분류

중국 사상 첫 우주선 발사 성공으로 한껏 자존심이 올라간 중국인들이 “우주에서 만리장성을 볼 수 없었다”는 양리웨이(楊利偉)대령의 발언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상징인 ‘만리장성’이 우주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인공 건축물이라는 신화가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라고 한다. 이같은 결과는 심각해진 중국의 대기오염과도 관계가 있음을 환경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환경오염정도는 한마디로 과히 ‘살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중국환경보호국과 환경과학연구원 등에 따르면 중국이 산업화로 인하여 석탄 등 화석연료의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전국 338개 도시 가운데 절반이 훨씬 넘는 63.5%가 심각한 대기오염상태에 처했으며 양쯔강이남 지역의 상태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또한 중국의 7대 주요 하천의 41%가 오염됐으며, 도시를 지나는 하천의 90%이상은 이미 심각한 상태라고 마오루바이 중국 환경보호부장이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대기오염으로 인해 전국토의 3분의 1이 산성비로 고통받고 있으며 피해액도 연간 1100억위안(약 16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연간국내총생산(GDP)의 2~3%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산성비로 인한 수질오염이나 건축물 부식 등에 대한 피해는 포함되지 않아 실질적인 피해액은 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화와 함께 중국의 자동차 보유 대수의 급증은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와 오염물질을 배출해 만성적인 대기오염을 발생시킬 것이다. 최근 베이징시가 200만대 자동차시대를 열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베이징시는 신중국 성립 당시 불과 1757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48년만인 지난 97년 2월 ‘자동차 100만대 시대’를 열었다. 그 후 자동차 200만대 시대에 도달하는데는 불과 6년 반이 걸렸다. 베이징의 자동차 증가율은 연평균 12.2%로 지난 한해 동안 27만6000 대가 늘었으며 올들어서는 지난 7월말까지 19만대가 증가했다. 중국 자동차시장을 예측한 각종 조사를 종합해 보면 2005년에 현재 판매의 두 배인 700만대 수준에 달하고 2010년에는 세 배인 1000만대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20년 이내에 중국은 한해 약 170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세기에 자전거의 물결로 기억되던 중국이 21세기는 자전거를 팽개치는 대신에 자동차의 물결속에 뛰어들어 콜록거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중국의 빠른 개방 움직임과 산업화의 가속화가 환경문제를 중국의 새로운 근본적인 문제로 등장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중국의 초고속 경제성장에 따른 환경오염 실태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중국은 한마디로 심각한 ‘생태적 악순환’에 빠져 있다. 많은 인구를 지탱하기 위해 공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환경오염은 국민의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으며, 대기오염은 산성비가 되어 토양오염을 가중시킴으로써 식량생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악성 공업폐수는 심각한 수질오염을 야기함으로써 물 부족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며, 이것은 농업용수의 부족으로 연결되어 역시 식량생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코 식량사정은 강철공장을 건설한다고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공업화를 중심으로 한 급속한 경제성장정책은 오히려 식량기반을 약화시키는 셈이다. 딜레마가 아닐수 없다.

공장에서 내뿜는 검은 연기가 곧 ‘발전’이고 ‘성장’으로 인식되었던 적이 있었다. 100년전의 일본이 그랬고, 3-40년전의 한국이 그랬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자행된 환경파괴에 대해 일본이나 한국은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으며, 아직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은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말처럼, 그 문제 많은 길을 아주 무섭고 빠른 속도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즉 선진국 혹은 선발 개발도상국이 흔히 걸러온 소위 “선 성장 후 보전”이라는 전통적인 괘적을 중국도 반복하고 있다.이 시점에서 40년 이상에 걸쳐 인도의 독립을 위해 투쟁함에 있어서 간디가 지녔던 기본적인 신념인 ‘인도가 영국을 모방하기로 한다면 그 결과는 나라의 멸망일 것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계산하고, 조직하고, 무분별하게 간섭하고 희생시키고 있다면 더욱더 그러하다.

중국 정부는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환경개선을 위해 힘쓰는 등, 중국의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환경문제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당분간은 중국의 환경상황이 호전되리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중국의 생태적 악순환은 중국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의 공업화는 인접국인 한국, 북한, 일본의 환경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좁게는 중국인들에게 피해를 안겨주지만 넓게는 지구 생태계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중국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은 주로 중국의 환경문제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만 집중되어 있다. 즉 그 영향의 원인인 중국 자체의 환경문제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은 매우 좁은 시각으로 중국의 환경문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진되는 산업화가 환경문제의 주원인이 되고 있는 중국에 대해, 이미 경제성장을 통해 지구환경의 오염과 자원고갈에 기여하여, 이제는 환경오염예방에 기여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주변국가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중국정부 역시 지금과 같은 공업화 방식에서 벗어나 대안적 발전전략을 마련이 시급하다.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중국인 자신이며, 또 장기간에 걸쳐 문제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이자 주체는 결국 중국정부와 중국인이다. 협력은 중국의 제반조건에 대한 능력건설을 통해 중국인 스스로 환경보전에 나서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지 해결을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다.

중국은 환경친화적이면 동시에 빈곤타파를 위한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성이 산업사회를 난국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중국은 산업사회가 그토록 소중한 자원의 집약적 생산과 소비체제를 건너뛰어 곧장 탈화석연료시대로 들어갈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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