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날에는 ‘굴비’를 먹자! – 2011년 미래세대의 일기

2004.01.12 | 미분류

2011년 9월 1일 날씨 : 맑음
텔레비전에서 날마다 시끌시끌하더니 ‘환경청문회’가 열린다고 한다.
아빠한테 물어봤더니 10년도 넘게 전부터 국민들이 반대했는데도 새만금 갯벌을 간척하다 환경을 망친 사람들을 불러모아 그 잘못을 묻는 거라고 했다.
우리 엄마, 아빠는 환경운동가다. 아빠는 녹색연합에서 15년 동안이나 일했다고 하셨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는 녹색연합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건강한 밥상 공동체’라는 곳에서 일하신다. 우리 엄마, 아빠는 정말 대단하다. 나는 5년동안 학교 다니기도 지겨운데.
그래도, 나도 새만금 갯벌쯤은 알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공사는 중지되었고 거기는 이제 철새들의 공원이 되었다. 나도 망원경으로 봤는데 정말 예쁜 새들이 엄청 많았다. 자연은 그대로 나둬야 자연에게도, 사람에게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건 내 생각이다.
재밌는 프로도 못보고 한동안 환경청문회만 할 것 같다.
이런 환경청문회를 안 해도 되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2011년 9월 3일 날씨 : 흐림
오늘은 영철이 삼촌이 우리집에 놀러오셨다. 영철이 삼촌은 옛날에 엄마, 아빠랑 같이 일하다가 시골로 내려가서 농사를 짓고 있는 분이다. 우리집에서 먹는 밥은 다 영철이 삼촌이 보내주는 쌀이다. 영철이 삼촌네 쌀은 농약 안 치고 잡초도 손으로 다 뽑기 때문에 몸에 좋다. 시골 영철이 삼촌네 집은 우리집보다 더럽고, 화장실도 밖에 있지만 이상하게 참 좋다.
그리고 나희 언니는 모르는 게 없다. 꽃이름, 새이름도 다 알고 재미있는 노래도 잘 한다.
나희 언니는 영철이 삼촌 딸인데 시골에 살아서 그런가 보다. 나희 언니가 참 부럽다.
지금, 아빠랑 술을 한 잔 하시면서 이야기를 하시는데 이번에 마을 이장이 되었다고 되게 자랑하신다. 최연소 이장이라나? 시골에서 날마다 농사지으며 매일 땀흘려 일하는데 영철이 삼촌은 왜 뚱뚱할까? 난 그게 참 궁금하다.
그래도 영철이 아저씨 같은 분이 시골을 지키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011년 9월 5일 날씨 : 조금 맑음
오늘은 즐거운 거리축제의 날! 엄마는 자전거를 타고 나는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신나게 달려서 청계천에서 광화문까지 갔다왔다. 평소에 자동차들만 시끄럽게 달리던 길을 씽씽 달리니까 기분이 짱이었다. 청계천은 옛날에는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빛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은 강가에 버들치가 놀고 있고 친구들이랑 가끔 강에서 개구리를 찾아다닐때가 좋다. 이곳에서 어떤 아저씨는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풍물을 치는 사람들도 지나갔다. 인형극을 보느라고 꼬마들이 몰려있어 넘어질뻔 했다.
찻길 옆 인도로 지나갈 때는 몰랐는데 차 없는 찻길에 들어가보면 길이 무지무지 넓다.
이렇게 넓은 길에 차들만 다니는 건 너무 불공평하다.
지금은 달마다 첫 번째 일요일에만 서울시내 길들이 사람들 차지가 되지만 일요일마다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2011년 9월 13일 날씨 : 아주 맑음
아침에 아빠가 신문을 보다가 영광에 있는 핵발전소가 문을 닫는다고 어린애처럼 소리를 지르며 좋아하셨다. 10번쯤 들은 것 같은 옛날 이야기를 또 하셨다. 옛날에 울진 바다에서 핵발전소를 반대하며 해상시위 할 때, 무용담. 쩝. 그러면 언제나 반핵의 용사, 광훈 삼촌, 기돈 삼촌이 꼭 등장하지. 아빠는 참 귀여운 것 같다. 히히.
영광에 가본 적은 없지만 작년에 울진 반핵박물관에 간 적이 있다. 예전에 핵발전소였던 건물을 박물관으로 만든 건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 작은 핵이 분열하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나온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건 그것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고 병들어 괴로워하고 있다는 거였다. 끔찍했다. 아무리 좋은 거라도 그것 때문에 괴로움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좋은 게 아닌 것 같다.
우리 학교는 태양광발전기를 쓰고 있다. 사실 학교나 병원 같은 데서는 다 태양광발전기를 쓰니까 그 먼데서 위험한 핵으로 전기를 만들 필요가 뭐가 있나. 그러니까 문을 닫는 것은 당연하지.
다른 핵발전소도 빨리 문을 닫고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동산과 도서관 같은 것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선생님들도 다 영광 이야기를 하셨다. 오늘은 다 영광이다, 영광!
이런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영광 굴비라도 나누어주면 맛있게 먹을 텐데.
나는 굴비를 참 좋아한다. 크크크. <녹색연합 10주년 기념자료집>

참 좋은 뉴스가 많았으면 합니다. 함께 만들수 있을 겁니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