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환경부장관에 바란다

2004.02.20 | 미분류

17대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한명숙 환경부 장관 후임에 곽결호 현 환경부 차관이 임명되었다는 언론보도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엇갈렸다.
일단은 총선이라는 정치적인 이유로 현 환경부장관을 중도 사퇴시킨 것에 대해서는 환경단체 입장에서 보면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다. 다른 부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전문적인 식견과 경험이 매우 중요한 환경부의 성격을 볼 때 장관이 자신의 정책을 꾸준하게 추진해나갈 임기를 보장받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그나마 새로 장관으로 선임된 곽결호 현 환경부차관이 환경전문 관료라는 것에 대해 위안을 삼아본다.
지금까지 주요 정부부처에서 다소 밀려나있는 환경부의 수장은 전문 분야에 관계없이 주로 정치적인 안배에서 선임되었었다. 그러다보니 장관이 진정한 환경정책을 만들고 추진해나가기보다는 정치적인 태도와 전문식견 없는 행정을 펼치는 등 많은 한계를 가져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환경부에서 수질보전국장, 환경정책국장, 기획관리실장 등 전문 분야를 꾸준하게 거친 인물을 선임했다는 것은 일면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전형적인 관료 출신인 곽 신임장관이 이후 전개될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들에 대해 효과적으로 개발 부처들에 맞서 싸워나갈 수 있는 정치적인 협상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또한 신임장관의 가장 큰 숙제일 것이다.
지금은 신임 환경부장관으로서 참 쉽지 않은 시기이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풀어야할 환경 난제들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 2월 10일, 환경단체들의 연대기구인 ‘한국환경․사회단체회의’는 <2003년 환경쟁점 평가와 2004년 전망> 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었다. 토론회에서는 새만금간척, 부안핵폐기장, 북한산 관통도로, 천성산 관통도로 문제 등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환경 현안들이 산적해 있으며, 여전히 그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특히 올해의 총선과 2년 뒤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각종 선심성 환경파괴형 개발계획들이 난무하고 있고, 정부는 2012년까지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 100만평 규모의 신도시 50개를 건설하겠다는 ‘주택종합계획’을 내어놓는 등 대규모의 개발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결코 이후 환경정책의 추진은 낙관적이지 않다. 이미 그린벨트는 대폭 해제되어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고, 경제살리기라는 명분으로 진행될 각종 규제완화, 반환경정책들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렇게 쉽지 않은 상황이기에 신임장관의 큰 각오와 의지를 바래본다.
환경부는 지금까지 정부 부처중 가장 힘이 없는 부처, 개발부처에 늘 밀리는 부처로 이름나 있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이다. 신임 장관은 이 오명을 먼저 벗어던지는 장관이 되었으면 좋겠다. 비록 정부 다른 부처들에서 다소 미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환경관련 사안들에 대해 소신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그야말로 ‘강한’ 장관이었으면 좋겠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자신의 입지를 결정하고, 대충 무리하지 않고 정책을 펼 생각이라면 아예 지금 자리를 내어 놓는 것이 낫다고 충고하고 싶다.
정부와 시민환경단체, 지역주민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왔다 갔다 하는 ‘정치인같은’ 장관이 아니길 바란다.  
한쪽에서는 서울의 환경을 되찾겠다고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수도권 분산을 위해 수도행정 이전을 하겠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규모의 신도시를 수십 개씩 만들겠다는 이런 기형적이고 일관성 없는 정부의 개발정책을 친환경적으로 바로잡아 나가야할 사명이 바로 신임 환경부장관의 어깨에 있다.
부디 이제부터는 환경단체들이 환경부장관을 직무유기로 고발하고, 소신없이 개발부처에 늘 밀리는 환경부를 믿지 못하는 한계를 딛고 함께 고민하고 친환경적인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진정한 파트너가 될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이다.

* 2월 20일자 한겨레신문 여론란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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