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보다 꼭 필요한 것만을 찾는 지역통화운동

2004.03.05 | 미분류

지역통화 또는 지역화폐 운동은 새로운 사회운동도 아니고, 서양에서 들어온 낯선 운동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두레, 품앗이와 같은 상부상조의 전통과 공동체에 대한 사람들의 향수를 현대에 맞게 바꾼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지역통화 운동은 기존의 화폐경제체제가 경제를 조직화하는 유일한 방식이 아닐 수 있다는 의문에서부터 출발했다.  ‘살아가는데 돈이 꼭 필요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중앙집권화된 통화제도로부터 독립된 지역화폐를 만들어낸 것이다. 지역통화의 가치는 국가에서 발행하는 화폐와 달리 회원들간의 거래가 이뤄지는 순간마다 만들어진다. 부채에 대해 이자를 지불할 필요가 없으며, 정해진 상환기간도 없다. 부채는 상품과 서비스 판매를 통해 나중에 상환하겠다는 약속, 즉 신뢰를 뜻할 뿐이다. 지역공동체 안에서 물건과 노동력을 주고받는다는 뜻에서 레츠(LETS, Local Exchange and Trading System)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역화폐운동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1983년 캐나다 코목스밸리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마이클 린튼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3천 개 이상이나 되는 레츠가 운영되고 있는데 캐나다와 미국, 영국, 아일랜드,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같은 여러 나라의 도시와 농촌에서 지역통화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96년 ‘녹색평론’에서 아직 낯선 개념이었던 지역통화를 처음 소개했는데, 97년 말 우리 경제가 IMF 관리체계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지역통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98년 3월, 처음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미래화폐'(fm)란 이름으로 지역화폐 운영을 시작한 이래 안양시 고잔1동의 ‘고잔 품앗이’, 진주시 상봉서동의 ‘상봉 레츠’, ‘한밭 레츠’, 녹색대학의 녹색화폐 ‘사랑’, 광주의 ‘나누리’, 서울시 송파구의  ‘송파 품앗이’, 녹색연합 「작은것이 아름답다」의 ‘작아장터’ 같은 여러 곳에서 이웃들과 가슴 훈훈한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2000년 말 30여 개나 되던 우리나라 지역통화 운영단체가 운영상 어려움 때문에 지금은 10여 개 정도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경제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사회 불평등 구조가 심화되어 ‘20대 80’을 넘어 ‘10대 90’의 구조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로 기능전환하면서 지역통화를 시도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과 맞물려 다시 한번 지역통화에 대한 관심 역시도 높아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돈 없는 세상을 꿈꾸는 한밭레츠의 활동에 자꾸 관심이 가는 것도 이런 까닭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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