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밥상을 다시 차려요

2004.06.28 | 미분류

아이들의 학교밥상을 다시 차리자

해마다 몇 차례씩 일어나는 음식물파동이 또 다시 불량만두사건으로 온 국민을 충격에 휩싸이게 하고 안전한 음식을 먹고자 하는 시민들의 요구는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한 신문기사가 크게 눈에 들어 왔다. ‘학교급식조례 무효소송’의 내용이었다.  경남도교육청이 경남도의회가 낸 학교급식조례를 대법원에 무효확인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전북교육청도 같은 사례로 제소를 하였고 제주친환경급식조례도 같은 경우에 처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외교통상부 등 중앙정부는 GATT 협정을 위반한 위법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각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그리고 시민들이 벌이고 있는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을 가로막고 섰다.
‘우리 농산물’을 ‘우수 농산물’로 표기하면 괜찮다는데 ‘우리’를 정확하게 의무화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정부 방침을 이해할 수가 없다. GATT 위반으로 가장 갈등이 크거나 재협상을 해야 할 상대가 미국이 될 터인데 그 나라도 아이들 학교급식을 제 나라의 것으로 한다. 아예 이참에 재협상을 할 일이다.

세상이 온통 먹을거리를 가지고 장난치고 생명을 살리는 음식을 가지고 폭력과 불법을 행하고 있는 지금 전국 초중고 735만 여명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급식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학교밥상 앞에 둘러 앉아 생명을 위한 먹을거리를 취하고 있으니 학교밥상을 잘 차리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바로 그 중요성으로 생명의 학교밥상을 차리기 위해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등 시민단체와 학교, 학부모들이 연대하여 우리농산물 학교급식을 의무화하는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 농산물 급식은 아이들에게 생명의 밥상을 주고 수입농산물 전면개방으로 벼랑 끝에 몰린 농민에게 농업의 미래를 줄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밥심으로 공부하고 뛰어 놀고 스스로의 미래를 창조해 간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마주하는 밥상은 생명의 밥상이 아니라 좁은 식당에서 그 마저도 없으면 공부하는 교실에서 급하게 먹어 치워야 하는 낱낱의 음식에 불과하다. 한 톨의 쌀에 우주의 삼라만상이 깃들어 있고 씨를 뿌리고 거두는 농심과 아이들을 거두는 어버이의 사랑, 스승의 가르침의 은혜가 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학교 밥상에는 고마움과 정성, 사랑이 빠지고 저비용 고효율의 고칼로리만이 계산되어 있다. 대량으로 조리가 간편하고 아이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튀김류, 햄류와 같은 반조리 상태의 인스턴트 식품이 많고 성장호르몬과 항생제로 성장한 수입고기, 농약범벅 수입농산물에 유전자조작식품까지 학교밥상의 재료가 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햄, 고기류만 골라먹고 싱싱한 야채는 아이들에게 외면당해 음식물쓰레기가 된다는 사실이다.
어느 초등학교의 선생님은 아이들이 즐겨 먹는 햄, 소세지가 몸에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려 교실 안에서 햄, 소세지 그리고 생돼지고기가 실온에서 부패하는 정도를 눈으로 체험하게 해 주었다고 한다. 햄과 소세지는 며칠이 지나도 부패하지 않을 만큼 방부제, 발색제 등 화학첨가물이 많아 색깔 좋고 달달한 입맛을 내게 하는 대신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입맛을 빼앗고 아이들 입맛을 길들이고 있다.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키가 크고 비만이 되어도 힘이 없는 아이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교실과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탄을 한다. 아이들의 모든 창조활동의 기본이고 생명의 기본이 되는 학교밥상마저 죽임의 밥상이 된다면 더 이상 학교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 아이들의 학교 밥상만 잘 차려도 무너지는 교실을 일으키고 교육이 절로 되리라고 본다.
밥상 앞에 앉아 밥상이 있기까지 생명의 순환을 배우고 그 생명의 얼개를 땀 흘려 짓고 있는 모두에게 감사할 줄 아는 아이야말로 녹색희망일 것이다. 그들에게 우리 땅에서 난 제철음식으로 어머니 손맛이 베어난 생명의 밥상을 차려주자. 우리 농산물을 학교급식 재료로 의무화하고 더 나아가 우리 환경농산물로 아이들의 학교밥상을 다시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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