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스님과 천성산에 대한 오해들

2004.08.25 | 미분류

내일 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박 그 림
(설악녹색연합 산양의 동무 ‘작은뿔’ 대표)

지율 스님의 단식을 둘러싸고 요즘 세간에는 ‘천성산에 터널을 뚫지 않고 우회하면 22분이 더 걸린다’는 풍문이 떠돌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해다. 이는 대구~부산 간에 기존의 일반철도로 걸리는 시간보다 고속철도로 걸리는 시간이 22분 단축된다는 것이지 천성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얘기다. 이는 2심 재판정에서 공단측 관계자가 증언한 내용이다.

일찌감치 완공되었을 대구~부산 구간이 지율 스님의 천성산 살리기 운동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이 또한 사실과 거리가 먼 얘기다. 대구~부산 구간은 원래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된다 해도 2010년에나 완공 예정이다. 더욱이 항소심이 진행중인 지금도 공사는 강행되고 있다. 강행을 하고 있는 공사가 반대운동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니, 앞뒤가 전혀 안 맞는 소리다.

세간에는 ‘천성산과 금정산을 우회하면 오히려 더 심한 환경파괴를 가져오게 된다’는 주장도 떠돌고 있다. 그러나 천성산·금정산에 터널을 뚫는 데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안전성 문제다. 지질·토목 전문가들은 도롱뇽 소송이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천성산 터널은 ‘양산단층, 법기단층 등 12개의 활성화 단층과 파쇄대가 있어 산사태나 터널붕괴 등의 위험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는 점이다.
두 번째 문제는 지하수위 하강으로 인한 천성산 고층습지의 황폐화이다. 터널은 안전문제 때문에 상부의 지하수 압력을 줄여야 하고, 반드시 배수로를 설치하게 돼 있다.

시행자측은 굴착공사 중 ‘프리 그라우팅’ 공법으로 지하수 유출을 최대한 막겠다지만, 길이 20km에 이르는 장대터널이 천성산 일대의 지하수 흐름에 심각한 변화·왜곡을 가져온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특히 천성산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고층늪지 지형이므로 유달리 피해가 심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1994년 10월 완료된 천성산 구간의 환경영향평가는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는 그 자체가 졸속, 눈가림으로 시행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육안으로 확인한 ‘꼬리치레도롱뇽’에 대해 전혀 언급이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단적인 증거이다. 물론 ‘꼬리치레도롱뇽’이 현재 법적 보호종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면 왜 꼬리치레도롱뇽이 멸종위기종 명단에서 빠졌는지, 환경부에게 물어볼 일이다.

둘째는 유효기간이 만료된 평가라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의 유효기간은 7년이므로 2001년 11월 이후에 공사를 착공하려면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 그런데 고속철도 건설공단이 천성산 구간 발주공고를 낸 것은 2002년 11월이며 실제로 구간 공사가 시작된 것은 2003년 12월이다. 이렇게 분명한 법적 하자를 정부는 무시하고 있다.

– 현재 박그림씨는 청와대 앞에서 지율 스님과 함께 동조 단식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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