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진정성을 찿아서

2004.09.13 | 미분류

상생의 진정성을 고대한다

최근 ‘상생’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 해결의 좋은 해법으로 그리고 우리사회가 만들어 가야 할 미래상의 미덕이나 철학으로서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기고 지는 싸움에만 익숙해 온 우리 사회가 쉽게 윈윈하는 방법을 찾아 윈윈의 좋은 본보기를 만들어 가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쟁점을 흐리거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기조차 한다.
상생은 상호이익을 찾기 위한 서로간의 신뢰와 대화가 전제되어야 하며 한쪽에 치우쳐 있던 힘과 권한을 공동의 또는 공공의 것으로 나누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상생은 우리 사회를 진보시키는 중요한 바탕정신이 된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낡은 가치관과 일부 집단의 이익을 온존시키는 욕심을 가지고는 절대 실현하기 어려운 고통이 따르는 아름다운 변화이다.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를 놓고 당운을 걸고 저지하겠다는 한나라당과 같은 집단은 우리사회를 냉전과 레드 컴플렉스라는 사슬에 가두면서 챙겼던 이익을 결코 놓고 싶지 않은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공공선과 공익을 위해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 온 시민단체를 국가보조금 명세서를 들고 흔들어 대는 조선, 동아, 중앙, 문화 등 보수언론이야말로 세상과 시민사회를 널리 이롭게 할 상생의 원리부터 기본학습을 다시 해야 하지 않겠나?

지금 에너지 낭비형 사회로 구조화되어 있고 정부의 핵폐기장, 핵발전소 건설 강행으로 인한 사회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가 에너지정책에서 상생의 길을 갈 것인가, 과거의 낡은 핵발전에너지 정책과 정부의 일방강행 밀어부치기식 행정으로 보수화할 것인가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9월 15일 핵폐기장에 대한 예비신청 마감일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400여일 이상 핵을 둘러싼 대립과 고통에서 일상의 평화를 찾지 못한 부안을 비롯한 주민청원이 이루어진 7개 지역은 이미 주민간 갈등과 대립의 날이 서서 지역주민과 공동체에 상처를 내고 있다. 더 이상 핵폐기물은 주민들에게 돈으로 보상해서 처리할 수 없으며 핵폐기물을 더 이상 만들지 않고 이미 만들어 놓은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할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17년 이상 파행을 겪어 온 그 동안의 핵폐기장 정책의 문제점을 평가하고 새로운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국민들과 함께 사회합의를 만들어 갈 때 국가에너지의 장기비전이 세워지고 지역주민들과 평화의 길을 함께 가는 상생의 해법을 열 수 있다.

지율스님이 58일 단식회향을 하시던 날 환경부장관은 도롱뇽소송시민행동 대표단을 만나 천성산 고속철사업 환경영향에 대한 전문가 검토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하였다. 환경부장관은 스님의 생명을 향한 메시지를 통해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전문가검토를 약속하였다고 하지만 고속철도 공단측의 거부로 전문가검토 추진회의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서를 10여년이 다 가도록 올바르게 잡아 재평가 하지 못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위기대응용 ‘상생’이었는지, 진정성을 갖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생의 길을 가로막아 선 공단측에 대한 환경부장관의 태도와 결심에 달려 있다.  

천성산 도롱뇽 환경소송 2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부산고법 재판부는 ‘지율스님이 왜 목숨을 걸면서까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지, 고속철도공단은 왜 공사를 강행하려 하는지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면서 상생과 평화의 문이 열리길 바란다’며 재판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고자 한다고 하였다. 나는 재판부의 진정성을 믿는다. 국책사업을 추진해 온 정부와 고속철도공단이 22분이라는 속도를 더 내기 위해 관통하는 천성산에 살아가는 꼬리치레도롱뇽과 같은 많은 생명의 권리가 인정되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믿는다.
국책사업을 진행하는 정부와 사업자의 손에서 쥐락펴락 하던 환경영향평가가 개발사업으로 사라지는 생명과 원주민들의 가난한 보금자리를 돌보는 상생의 환경영향평가로 거듭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정치권이건 시민운동권이건 권력과 욕심이 득세하는 낡고 보수로운 패권의 세상에서 작고 아름다운 생명을 돌보고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진정성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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