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 매매하는 것은 생명을 매매하는 것임을..

2004.10.08 | 미분류

성매매방지법 시행을 바라보며..

지난 2000년 9월 군산 대명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 참사 사건 이후 지금까지 5년동안 수십명의 여성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성매매알선범죄의 진상이 폭로되면서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성매매는 사회적 필요악이 아니라 인권을 침해하는 폭력이며 심각한 사회적 병리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성매매 방지법이 제정되어 지난 9월 23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성매매 알선을 주도해오며 부당한 이득을 챙겨왔던 업주들과 포주들은 여성들을 앞세워 ‘생존권 투쟁’이라는 명목으로 이 법의 시행을 유보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언론도 이에 가세해 성매매가 안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와 여성인권의 실태를 다루기보다는 현상적이고 부정적인 문제만을 부각시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번 상황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성매매 현실이 얼마나 끔찍하고 위협적이었던가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성매매 산업이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성매매업종 종사 여성이 경제활동 여성인구 대비 25%를 차지한다는 수치가 잘 말해주고 있다. 젊은 여성 4명중의 1명이 연관되어 있다는 얘기이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동방예의지국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성매매산업이 만연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남성위주의 가부장적인 문화가 한몫 하는데 그 이유가 있다.
‘남자라면 한번쯤’, ‘남자는 살면서 실수할 수 있다’ 등으로 대표되는 남성들에게 유난히 관대한 우리의 성문화는 남성들의 성적 욕구에 대해 지나친 과대포장을 하고 있어 그로 인한 여성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아예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국제사회는 여성의 성을 착취하는 일체의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유엔은 ‘성적 인신매매’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인권침해이자 강력하게 처벌해야할 조직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새롭게 시행되는 성매매방지법은 그동안 우리가 잘못 인식해온 성매매에 대한 왜곡된 의식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961년 ‘윤락행위등방지법’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성매매 피해 여성을 ‘타락한 여성’ 또는 ‘처벌해야할 대상’으로 간주해왔다.
하지만 성매매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지원하고 상담하는 기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자발적인 의지로 그 업종으로 흘러들어가는 여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거의가 경제적인 이유에서, 삶의 계단끝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경우이고,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처음부터 안고 들어가게 되는 부당한 빚과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감시망으로 인해 빠져나오기도 불가능한 상황에 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과연 그 누가 자발적인 의지로 자신의 성을 팔고 싶어 하겠는가. 그리고 어떤 남성이 자신의 어머니나 누나나 딸이 자신의 성을 경제 수단의 도구로 삼기를 바라겠는가.
문제는 이러한 문제들이 자신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에 있다. 성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수치를 보면 우리들 중 누구도 친척이나 가족들 중에 그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 인간에 있어 ‘성’이라는 것은 물론 사회적인 규범이나 어떠한 틀로 규정하거나 억압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닌, 인간 본성에 관한 문제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복잡한 성격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잘못 인식이 될 경우에는 개인이나 특정한 성의 인권을 심각하게 유린할 수도 있는 문제가 된다. 돈으로 성을 사고 팔 수 있다는 인식은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성에 대한 소중함을 잃게 만들고 성폭력을 일상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특히 여성들에 있어서 성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인간 본성 그 이상의 신성한 의미를 함께 안고 있다. ‘성’이란 곧 ‘생명’이라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굳이 종교적인 의미를 붙이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의 본성인 성에 대해 자각된 절제와 사회적인 규범을 만드는데에 이의를 달지 않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불법적인 성매매 알선범죄를 생계와 생존이라는 명분으로 허용해왔던 우리 사회의 불건전성을 개선하고 특히 남성들의 성매매는 불가피하다는 지금까지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물론 넘어야할 과제는 많다. 시간도 오래 걸릴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남성들의 잘못된 욕구와 그를 이용한 성산업을 허용하지 않기로 마음먹는 일이다. 성매매를 사회적으로 조장하는 기업의 회식문화와 접대문화, 군대의 성문화, 일상적인 놀이문화의 변화가 절실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 생명을 만드는 모든 지구상의 일에 거듭거듭 겸손한 마음을 가지는 가치가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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