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 환경인식 유감

2004.12.23 | 미분류

지난 12.15 환경비상시국회의 대표단 5명이 국무총리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면담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총리는 환경단체가 문제 삼는 개발계획이 환경을 훼손하거나 환경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하여 토지이용을 합리화하는 것이니 오해를 풀라고 하였다.
환경단체들이 20여년의 환경운동 역사에서 초유의 환경비상시국을 선포하고 행동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환경정책 개혁과 환경행정 쇄신에 전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부양과 경제성장을 위해 전 국토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1 북한산국립공원 관통도로에 이어 계룡산 국립공원과 일부 자연보전지구를 관통하는 도로건설을 환경부가 나서서 결정함으로써 국립공원 보전과 현명한 이용의 정신과 원칙이 땅에 떨어졌다.
환경단체 대표단이 총리에게 기업도시개발특별법이 갖는 위헌의 소지와 기업에게 토지수용권을 부여하는 기업특혜 시비가 있는 법이 제정된 것을 문제삼자 기업에게 토지수용권을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환경단체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니 법을 제대로 보라고 충고까지 해 주었다. 그러나 총리가 알고 있었던 것과 달리 기업도시개발특별법은 기업이 토지의 50%를 협의매수할 경우 나머지 50%에 대해 토지수용권을 부여하고 있다. 정부입장과는 달리 국회에 가서 내용이 바뀌었다고 하나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당론으로 추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총리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은 책임총리로서 무책임한 것이다.

총리가 바라보는 국토 인식은 환경과 경제 모두를 살려야 하는 책임총리로서 균형감을 상실하고 있어 대단히 유감이다. 총리는 국토를 보전지역으로 관리하는 것은 땅을 놀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총리는 국토이용을 최대한 해서 관광레져 시설 등 생산성을 높여야 하므로 토지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하였다. 특히 골프장 건설 규제완화정책이 그것이다. 총리는 현재 골프장이 산지에 집중되어 있어 산지 훼손 등 환경훼손이 많으니 해안 등으로 유도하여 환경훼손을 막으면서 골프장건설로 경기부양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총리실에서 추진하고 있는 골프장 건설 규제완화 정책은 골프장 입지규제와 건설면적 제한을 대폭 풀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산지전용면적 해제, 농지 전용, 해변 구릉지 및 매립지를 전용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도 18홀에서 36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서려면 30만평에서 60만평이 녹색사막이 되어야 하는데 골프장 규제완화가 발표되면서 전국 230여개를 추가 건설한다고 하고 540홀짜리 골프장 건설계획이 나오고 있다. 산림훼손에 이어 전국 해안사구 및 매립지에 골프장이 대규모로 입지할 경우 수산자원보호구역이 해제되거나 해양생태계 가치가 높고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해안사구 및 습지대가 훼손되어 골프장으로 인한 생태계 훼손이 전국에서 일어날 공산이 크다. 또한 농지전용으로 인한 농민과의 갈등, 수산자원고갈로 인한 어민과의 갈등과 가뜩이나 먹구름이 가득한 서민들의 살림살이에 위화감마저 더 해 줄 것이다. 전국에서 일어날 주민과의 갈등과 사회형평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총리는 이 문제를 아주 가벼이 여기는 모양이다.

지난 12. 17 오전 7시 총리공관앞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총리와 원자력위원회의 중저준위방폐장 우선건설 결정에 항의하였다. 총리 면담시에도 정부가 환경․시민사회와 사회합의를 통해 방폐장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총리가 앞장서서 사회합의를 깬 것에 대해 문제제기하자 총리는 자신이 사회합의 약속을 깬 것이 사실이라며 소신있는 판단이었다고 했다. 총리는 그 근거로 중저준위핵폐기물의 저장고가 2008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기에 사회합의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저준위핵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 600평 규모의 임시저장고에 저장되어 있는데 원전부지 면적의 0.5% 규모에 안전규제장치를 한 임시저장고 2-4개를 늘리거나 압축저장을 통해 해결할 방법이 있다. 저준위핵폐기물도 플루토늄 방사성핵종이 포함되어 있고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의 방사능 소멸까지 300여년이 걸리기에 결코 안전하거나 처리가 쉽지 않다. 정부가 선진국 사례로 들고 있는 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한 나라들의 경우도 지하수 방사능 오염사례로 폐쇄하거나 신규 건설이 중단되어 있는 상태이다. 지난 18년 동안 정부의 방사성폐기물 정책이 실패를 거듭하고 해당 지역주민에게는 크나큰 고통을 안겨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패를 거듭해 온 총리와 원자력위원회가 그 동안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책임없이 똑같은 잘못과 비민주행정을 주도하고 있다. 결국 또 다시 지역주민의 갈등을 야기하고 국민여론의 불신과 정책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폐기물은 최소 1만년이상 생물권으로부터 안전하게 격리되어야 한다. 그야말로 미래세대와 생태계에 주는 엄청난 환경부담이다. 그래서 지금 세계는 방사성폐기물을 만들어 내는 원자력발전을 계속 할 것인가를 놓고 사회합의에 들어가고 있다. 이미 원자력 발전 중단을 결정하고 이미 만들어진 방사성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사회합의 과정을 밟고 있다. 독일의 경우 원전 중단을 결정하고 방폐물 처리를 위한 30년간의 사회합의 과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2030년 영구처분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책임있는 총리라면 국민건강, 생태계 보호, 세대 및 지역주민간의 형평성, 핵확산방지라는 원칙을 가지고 원자력정책을 전환하고 방사성폐기물문제를 사회합의를 통해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것이다.
책임총리다운 환경인식과 국정운영의 깊이를 만날 수 없으니 못내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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