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에 들어간 습지보전법

2005.06.21 | 미분류

<사진 : 낙동강유역환경청 직원들이 녹색연합 대표단을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의 해임과 명지대교 건설 행위허가 취소를 촉구하며!

  
                                                                     
2005년 6월 8일은 참으로 가슴 아픈 날로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동양최대의 습지보전지역으로 세계에 자랑할만한 자연유산인 낙동강 하구 습지가 정부에 의해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낙동강 하구지역은 정부에서도 그 보전가치를 인정하여 자연생태계보전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습지보전지역, 연안오염특별관리지역, 문화재보호구역 등 5개 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해오고 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국가의 기간산업도 아닌 대기업에서 추진하는 민자 유료도로인 명지대교를 건설하기 위해 보전장치를 모두 허물어 버리고 건설허가를 해 준다면 우리나라에서 자연생태계가 남아날 곳이 과연 어디에 있겠는가? 더구나 사전환경성 검토 보고서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판단하여 사업계획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검토 의견을 내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모든 행위절차를 허가한 것은 대한민국에 환경부가 존재하는지, 우리 정부가 환경을 지키려는 의지를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지를 의심치 않을 수 없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은 낙동강 하구 생태계를 지킬 마지막 가능성을 갖고 있던 문정호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을 녹색연합 대표자들이 만나 습지보전지역내 행위신청을 불허할 것을 요구하는 면담이 진행되는 날, 대표단이 청장실을 떠나기도 전에 행위허가서에 도장을 찍고 이에 항의하는 환경단체 대표단을 부하직원들을 시켜 강제로 청사 밖으로 끌어낸 행위이다. 만약 시민단체의 행동이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정당하게 사법기관에 요청하여 연행하면 될 일임에도 환경청장이 부하직원들을 시켜 직접 폭력을 행사한 것은 분명한 공권력의 남용이며, 월권행위이다. 이번 사건은 21세기 한국사회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며,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이 이 같은 행위를 자행한 것은 명지대교 건설허가를 내 준 것에 대한 정당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다.

나는 이번 일을 통해 두 가지 사실을 크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이번 행위허가가 앞으로 습지보전지역을 포함한 생태계 보전지역에 대한 개발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다섯 가지나 되는 보호 장치가 있었음에도 민자사업에 그 자리를 내 줄 수밖에 없다면 다른 모든 곳에서 요구되는 개발행위를 규제할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환경단체들과 정부의 노력으로 어렵게 보전지역으로 마련한 곳이 아무런 구속력을 가질 수 없는 허수아비에 불과하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나 우리사회가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생태계를 지킬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6월 8일 내린 결정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그리고 시민단체와 전문가들과 함께 부산지역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내는 과정이 요구된다. 녹색연합을 포함한 시민단체들은 정부와 부산시가 진정성을 가지고 논의에 임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두 번째 염려는 우리나라 공무원들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공무원들 중에 정말 국가와 우리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럼에도 이번 일로 우리 공무원들의 수준이 평가절하 될 가능성이 없지 않을 것이다. 환경을 지키라고 임명한 환경청장과 국가의 녹을 먹고 있는 낙동강유역환경청 직원 대부분이 시민단체 대표자들을 물리력을 써서 끌어내는 용역깡패 역할로 전락된 모습에서 우리 국민들은 어떤 희망을 느낄 수 있겠는가? 나는 현 정부가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주어야 하며, 폭력행위에 동원되는 공무원이라는 불명예를 씻어 주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부하직원 대부분을 폭력배 역할을 하도록 직접 지시한 문정호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을 책임을 물어 해임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문정호 청장의 행위가 정당방위이고 필자의 주장이 지나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밝혔지만 환경청장의 역할은 자신을 방문한 시민단체 관계자를 강제로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문제가 있다면 사법당국에 적절한 조치를 의뢰하면 되는 일인 것이다.

6월은 환경의 달이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 처음으로 환경문제를 언급하며, 지속가능한 국가발전 비전을 제시하였다. 환경을 걱정하는 많은 이들은 대통령이 발표한 비전에 대한 진정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구체성 있는 환경보전 대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습지보전지역 내에서의 행위허가와 문정호 청장의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정부가 어떤 입장을 보이는지는 정부의 환경보전 의지를 가늠하는 또 다른 시금석이 될 것이다. 통치권자의 의지를 기대해 본다.

                                                                   최승국(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 이 글은 시민의신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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