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여전히 서두르면 안 된다.

2005.07.14 | 미분류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의 ‘방폐장 서두르지 말자’는 칼럼에 대해, 산업자원부의 김진태 대외협력과장은 지난 5일 ‘방폐장 시간적 여유 없다’는 반론으로 정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북 군산에 산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최근 방폐장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김진태 과장의 주장에 대한 생각을 밝힌다.

우선, 언급해 두어야 할 내용은 방폐장 사태의 본질은 에너지 정책에 대한 비전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돈으로 주민을 현혹함으로써 발생하는 갈등의 문제라는 점이다. 김과장은 정부가 2003년의 부안 사태를 계기로, 지역주민의 의견수렴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이제라도 그렇게 느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정작 방폐장 후보지역에서는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찬성단체에 예산을 지원하거나 공공건물을 사무실로 내어 주고 아예 공무원들로 사조직을 꾸리기도 한다. 지난 8일에 있었던 산자부 주관 설명회에는 반대입장을 가진 사람은 입장조차 할 수 없게 경찰이 막았다. 현재 부안 사태 이전과 다른 점은 반대단체들이 과격한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방폐물 포화시기 산정에서도 정부의 태도는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그 동안 방사성폐기물 발생량은 해마다 눈에 띄게 줄어 10년 전인 1995년에는 원전 1기당 평균 발생량이 270드럼이었던 것에 반해, 지난 2000년에는 139드럼, 2004년에는 125드럼으로 현저히 감소해왔다. 통계학적으로 데이터에 분명한 경향이 있을 때는 그 경향을 이용하여 예측하는 것이 정석이다. 산자부는 언뜻 듣기에 합리적인 것처럼 위장 할 수 있는 최근 5년간 평균 발생량을 제시하면서 2008년에 포화된다고 한다. 그러나 방폐물 실제 발생량은 정부 예상치보다 낮아, 정부예측대로 포화되려면 10년 전 발생량이 나와야 가능하다. 게다가 우리 원자력연구진은 유리 고형화 기술을 개발하여 2006년부터 사용할 예정이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현 상태에서도 방폐물 저장가능 기간이 수 십 년이나 훌쩍 늘어난다. 나는 이 기술개발보고 자료를 읽으면서 원자력분야 종사자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 적이 있다. 그러나 2008년에 방사성폐기물이 흘러 넘쳐 방폐장을 지어야한다는 산자부의 주장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그동안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지역의 지역전략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여 군산의 시민사회진영에 군산시 전략산업인 자동차산업을 이해시키고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애써왔다. 자동차는 전북 전체 수출의 40%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군산 국가산단 입주업체의 반 이상이 자동차관련 기업이다. 그런데 ‘자동차산업의 메카’라고 외친 지 2년이 채 안되어, 바로 그 산업단지에 방폐장을 유치하여 군산을 바꾸자는 구호가 요란하다. 이것이 산자부의 산업정책이라면 정말 걱정스럽다.

김진태 과장은 지난 5월 미국의 부시행정부가 신규 원전건설을 추진하겠다던 말에 크게 고무된 것 같다. 그러나 시장경쟁체제인 미국에서 민간투자자가 없는 가운데, 정부만의 일방적인 선언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실제로 스탠다드&푸어스는 최근 발표에서 ‘원전은 고비용, 기술적 문제, 시장경쟁, 테러리즘 등으로 인해 투자하기에 위험이 너무 높다’고 밝힌바 있다. 또 연방정부의 의지가 있다한들 실제로 원전이 들어설 지역의 주정부들이 과연 이에 동의하겠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에서 방폐장 건설이 지난 25년간 진행되지 못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나는 임기응변에 급급해하는 정부를 보면서 ‘왜?’ 라는 의문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왜 정부는 뻔한 눈속임을 하면서까지 방폐장 건설을 서두르는 것일까? 왜 나 같은 사람까지 환경운동가를 못 만들어서 안달일까?

글 : 김현철 군산대학교 수학정보통계학부

* 위 글은 경향신문 07월13일자 칼럼에 실린 글 입니다.


[기고] 방폐장 시간적 여유 없다

[경향신문 2005-07-04 18:27]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지난달 28일 경향신문 시론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부지선정 등과 관련, 정부정책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정책 담당자의 한사람으로서 정책 추진 배경과 지적한 내용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정부는 1986년 이후 지금까지 여러차례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려고 했으나, 실패를 거듭했으며 2003년 부안사태를 계기로 지역주민의 의견수렴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하여 정부는 방폐장 부지선정을 위한 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하고 신규 절차를 지난 6월16일 공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원자력위원회를 열어 포화시기가 임박(울진 2008년 포화 예정)하고 국제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분리하여 우선 추진하되 사용 후 연료는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대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회적 협의를 거쳐 최적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로 의결했다.

일부에서는 임시저장고의 포화시기와 산정 근거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평균 폐기물 발생량을 감안하여 산정된 것이며, 지난해 9월 말에 총리실 주관으로 다시 한번 합동실사를 하여 이를 재확인했다.

또한 지난 3월 특별법을 제정해 사용 후 연료 관련 시설을 유치지역에 추가로 건설하지 못하도록 하고, 반드시 주민투표를 거쳐 선정되도록 했다. 아울러 유치지역에 대한 지원을 법제화함으로써 유치 희망 지역주민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정부의 신뢰성과 의지를 확실히 했다. 이에 더하여 특별법 제정 직후 과학기술, 시민단체, 언론계, 법조계 등 각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 부지선정위원회를 구성·운영하여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부지선정절차가 진행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여러 지역에서 찬반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현재 중저준위 처분장은 국제적으로 1959년 영국의 드릭 처분장 이후 30여개 국가에서 70여개 시설이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선진국의 처분장 주변지역은 관광 코스로 개발되어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지역 특산물 역시 잘 팔리고 있다. 한 예로 프랑스 라망쉬 처분장이 있는 영화속의 도시 쉘브르는 관광과 해산물로 유명하다. 또한 일본의 로카쇼무라 지역은 매년 1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유는 일본 전체 공급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스웨덴 포스마크 처분장은 세계에서 유일한 해저동굴방식으로 인근 해안은 물개의 서식지로 유명할 만큼 자연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는 선진국 등이 탈원전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고 하지만, 최근 고유가 지속과 기후변화협약 발효 등을 계기로 미국, 핀란드, 스위스 등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지난 5월 신규 원전건설을 추진키로 정책을 변경했다.

과거 30년간 전기를 사용하여 발생한 폐기물의 처리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 아래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부지가 선정되었으면 한다.

<김진태 산업자원부 대외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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