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불러온 대재앙 – 허리케인 커트리나(Katrina)

2005.09.21 | 미분류

커트리나로부터 얻어야 할 교훈

최근 미국 남부 뉴올리언즈를 강타한 초특급 허리케인 ‘커트리나(Katrina)’가 남기고 간 상처로 인해 전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남아시아를 휩쓸고 간 쓰나미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인류는 또다시 대 재앙에 몸서리를 떨고 있는 것이다. 허리케인의 피해는 아직 그 규모조차 파악되지 못하고 있고 세계 초강대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자존심마저 완전히 구겨버렸다. 물속에 완전히 빠져버린 도시에서 물을 완전히 빼내는데 걸리는 시간만 수개월이 될 것이라고 하고 복구를 위해서는 몇 년이 걸릴지 장담하기 어려우며 인명피해도 아직 정확한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재앙이 휩쓴 자리는 여전히 물속에 잠겨있고 드러난 곳은 전쟁터의 폐허를 무색케 하고 있으며, 각종 전염병과 환경재앙에 대한 우려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또한 약탈과 방화, 살인과 강간이 자행되고 심지어 굶주림을 이기기 위해 인육까지 먹는다는 루머가 나돌면서 인류를 또 한번 경악케 함은 물론 인간의 존엄성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이번 허리케인의 참상은 전 세계 경제와 사회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고 그렇지 않아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던 국제유가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번 참상을 예고된 인재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미국 정부가 허리케인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에 사태수습에 많은 미비점을 보임으로써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본질의 문제를 살펴보면 지난번 쓰나미와 마찬가지로 이번 허리케인의 피해가 이토록 커지게 된 것은 바로 또 다른 인재인 지구온난화의 영향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부시 대통령조차 이번 사안과 지구온난화의 연관성에 대한 언급을 하였고 많은 전문가들과 언론들이 이번 재앙의 근저에는 지구온난화, 즉 기후변화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게 되었고 이는 허리케인이나 태풍의 위력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네이쳐 지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허리케인의 위력이 두 배나 증폭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변화된 기후조건은 지구 곳곳의 기상조건을 변화시켜 태풍이나 허리케인과 같은 기상재앙의 발생빈도를 현저하게 높이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에 한국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던 태풍 매미나 루사와 같은 초강력 태풍도 이와 같은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리고 올 여름 유럽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유럽 중부지역이 물에 잠겼고 포르투갈의 경우 이상 가뭄현상으로 온 나라가 산불 피해로 시름해야 했던 일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구온난화는 왜 발생하고 있고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것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가  때문인데 이들이 온실의 유리처럼 작용해 지구표면의 온도를 높임으로써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온실가스는 인류가 석유와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함으로서 대기 중으로 방출되게 된다. 또한 불행하게도 이미 인류가 산업화 과정에서 방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온난화 현상이 심각하게 발생해 지구 곳곳에서 그 피해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인류는 이러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의 약속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기후변화협약이며, 이를 바탕으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구체성 있는 감축방안을 마련한 교토의정서에 서명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전 세계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의 4분의1을 배출하는 미국이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고 기상재앙을 막으려는 인류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태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은 대재앙이 바로 유일강대국이라 자처하는 미국을 강타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번 재앙이 미국의 오만을 응징하기 위한 신의 보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아야할 또 다른 점은 비록 이번 사태가 경제대국 미국에서 발생했지만 그 피해는 여전히 사회 약자인 흑인이나 소수민족, 불법체류자 등에게 훨씬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재앙이 약소국이나 사회 약자에게 현저히 크게 나타나는 일반 현상과도 일치한다. 이것이 우리가 이번 상황을 미국의 오만에 대한 신의 응징이라고 치부하고 무관심하게 넘어갈 수 없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허리케인의 참상에서 보았듯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은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아무도 알 수 없으며, 또한 어느 지역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에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전 인류의 공동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화석연료의 과다사용에서이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화석연료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경제성장을 이유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큰 역할을 하기를 거부하고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미국과 더불어 ‘기후변화에 관한 아태지역 파트너쉽’이란 것을 만들어 국제사회의 빈축을 사고 있다. 그러기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과정은 우리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제 측면에서 좀 부담이 되더라도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태양이나 바람 등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정부에 요구하여야 하며, 또한 우리 생활에서 이의 이용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여야 한다.

                                                        최승국(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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