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뚫고

2005.10.07 | 미분류

대청봉을 넘는 고속도로처럼 불빛이 이어진다.
꼭두새벽 대청봉에 올라서는 등산객들이다.
이름하여 무박산행을 하는 단체등산객들이다.
늦은 저녁 서울을 떠나 새벽1-2시쯤
등산로 입구에 닿아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어둠 속에서 오직 랜턴 불빛 하나에 매달려 오른다.
그렇게 오르기를 서너 시간쯤 지나면 대청봉에 닿고
늦가을의 대청봉은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옷깃을 여미는 것으로 추위를 피할 수 없다.
불이나케 중청대피소로 내려오고
소청봉으로 천붕동계곡으로 쏜살같이 내려선다.
날은 밝았으나 피로에 지친 몸으로 무엇이 보이겠는가.
빨리 설악산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하신길은 왜 그렇게 길기만 한지-

어둠 속에서도 설악산어머니는 쉴 수 없다.
정수리를 타고 내리는 등산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짐승들은 등산로를 멀리 벗어난 곳으로 옮겨 갔다.
밤 낮으로 시달리며 살아가는 설악산의 뭍생명들,
밀렵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이제는 삶터가 송두리째 파괴되면서
짐승들이 사라지고 씨가 말라간다.

어둠 속을 가르며 길게 이어지는 불빛이 사라질 날은 언제인가?
어둠 속에서 그들이 보고 느낀 것은 무엇인가?

자연 속에 든다는 마음조차 갖지 않고 설악산에 오르는 짖은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기 위한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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