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자연재앙, 어떻게 볼 것인가?

2005.10.17 | 미분류

<사진 :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비극의 섬 투발루, 경향신문 제공>

                          -자연을 거스르는 문명에는 인류와 생태계의 미래가 없다.-

끝없는 자연재해, 환경재앙의 서막

미국을 강타하여 뉴올리언스 지역 전체를 수장시킨 허리케인 카트리나(Katrina)와 리타(Rita), 그리고 이번 파키스탄 북부 카슈미르 지역을 완전히 초토화시키고 3만 명이 넘는 사망자와 5만 여명의 부상자, 그리고 수백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대지진의 참상을 보면서 전 인류는 비참한 심정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지, 앞으로 또 어떤 재앙이 닥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인류가 이처럼 공황상태에 가까운 참담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은 위에 언급한 자연재앙 이외에도 최근 너무나 참혹한 상황들이 거듭하여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대재앙의 참상에 가려져 잘 언급되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도 희생자 발굴 작업이 계속되고 있고 이미 수천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과테말라, 멕시코, 엘살바도로 등 중미를 휩쓴 허리케인 스탠(Stan)의 참상도 카트리나의 경우를 능가하고 있고, 올여름 유럽을 강타한 집중호우는 중부유럽을 물에 잠기게 하였고 이상 가뭄현상으로 포르투갈 전역이 산불피해로 신음해야 했다. 이뿐이 아니라 최근 중국대륙에 최대의 홍수피해를 남긴 룽왕(龍王) 등 태풍의 피해와 파괴력도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브라질은 40년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아마존 강이 마르는 등 국가전체가 재난상황에 빠져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등 남아시아를 폐허로 만들고 20만에 가까운 사망자를 발생시킨 지진 해일 쓰나마(Tsunami)까지 그 이름과 그들이 남긴 피해의 참상을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숨찰 만큼 과거 경험하지 않았던 자연 재앙이 인류를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환경재앙의 서막을 알리는 것처럼…,

대부분의 자연재앙은 기후변화 등 인간의 간섭에 의한 인재

이처럼 참담한 피해를 남기고 있는 자연재앙들이 왜 거듭하여 발생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우선 이 같은 자연재앙의 원인을 살펴보면 재앙의 시작은 자연현상에서 시작되었지만 하나 같이 인간의 간섭에 의해 그 피해 규모가 키워졌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허리케인이나 태풍의 피해가 그토록 참담했던 것은 지구온난화로 바다표면의 온도가 점점 높아지고 이로 인해 허리케인과 태풍의 위력이 증폭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후변화가 자연재앙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네이쳐 지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허리케인의 위력이 두 배나 증폭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변화된 기후조건은 지구 곳곳의 기상조건을 변화시켜 태풍이나 허리케인과 같은 기상 재앙의 발생빈도를 현저하게 높이고 있다. 몇 년 전에 한국에 상륙해 심각한 피해를 남겼던 태풍 루사나 매미의 경우도 이 같은 논리 이외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와 같은 기후변화와 자연재앙과의 관계는 인류 역사상 가장 심각한 피해를 가져왔던 남아시아 지역의 쓰나미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진의 발생 자체는 자연 현상에 의한 것이지만 지구온난화로 산호초를 비롯한 바다 밑 생태계가 파괴됨으로써 거대한 해일의 완충작용을 하지 못함으로써 그토록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던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같은 재앙은 자연재앙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잘못에 의한 인재라고 부르기를 서슴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지나친 에너지 사용으로 인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가 온실의 유리처럼 작용해 지구표면의 온도를 높임으로써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대지진의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긴 하지만 역시 인재의 측면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번 지진으로부터의 피해가 가장 컸던 곳은 카슈미르 지역으로 사망자 수를 키운 이유은 대부분의 집이 흙벽돌로 지어졌고 많은 집들이 매우 낡은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 피해가 훨씬 커질 수밖에 없었다고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카슈미르 지역은 파키스탄과 인도의 오랜 분쟁지역으로써 군사상의 이유 때문에 안전망을 갖춘 지역발전이 불가능했고 낡은 주택의 수리나 재건축이 어려웠다. 그리고 이것이 건물 붕괴를 쉽게 만들었고 피해를 증폭시켰던 측면이 있는 것이다.

사회 약자에게 집중되는 피해

다음으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이 같은 자연재앙의 피해는 사회 약자들에게 훨씬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뉴올리언스 지역과 중미지역의 허리케인 피해나 남아시아의 쓰나미 피해, 그리고 파키스탄의 참사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 사망자나 부상자의 대부분이 가난한 계층의 사람들이었고 미국의 경우는 특히 유색인종의 피해가 컸다. 이처럼 사회약자가 피해를 많이 받는 이유는 재정상의 이유로 이들은 애초부터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지역에 거주할 수밖에 없었고 또한 재앙이 발생했을 때도 대피할 수 있는 수단이나 외부로부터의 지원 자체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는 이번 파키스탄 사태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피해지역은 이미 몇 차례 심각한 지진피해를 입은 지역이었고 또한 추가 지진 가능성이 예고되었음에도 대부분 사회약자에 속하는 이들은 이곳에 살 수밖에 없었고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이 지역은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되었고 헬리콥터가 유일한 접근수단이었다. 그러다보니 피해구조를 위한 장비접근이 거의 불가능했고 병원과 의약품의 절대부족, 식량과 먹을 물의 부족으로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부상자들까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곳곳에 널린 시체들을 처리할 수 없어서 부패한 시체들로 인해 전염병의 발생과 수질오염 등 2차 환경재앙의 가능성이 살아남은 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해안지역에 살고 있는 약소국의 경우 더욱 심각할 수 있다. 이들 역시 재정상의 이유로 태풍이나 허리케인 등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을 당했을 때 그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연을 거스르는 문명에는 미래가 없다.

이제 대규모의 자연재앙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조차 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이번 파키스탄이나 미국, 중미지역 등의 재앙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바라만 볼 수는 없다.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재앙은 국경과 지역을 초월하는 전 지구 차원의 문제이며, 5천만명 이상이 환경재앙의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자연을 거스르고 자본의 이익, 경제성장만을 쫒는 한 인류와 생태계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 이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패러다임의 전환, 가치관의 전환이 절실하다. 인류는 수천년 동안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삶을 영위하고 행복을 추구해 왔다. 그러다 산업화를 겪으면서 모든 가치관을 버리고 오로지 돈의 논리만을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제 대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전 지구 차원에서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재앙의 원인을 줄여나가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길,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지혜를 함께 나누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코리아포커스(coreafocus.com)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최승국(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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