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과 야생조류

2005.11.01 | 미분류

추수가 막바지에 이른 김포의 너른 들녘에는 오리, 기러기 등 부지런한 겨울 철새들이 날아와 떨어진 볍씨를 먹느라 분주하다. 가까이 있는 한강 하구에서 자맥질 하며 물 속 먹이를 찾거나 놀 지는 서쪽 하늘을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풍경을 보노라면, 복잡 시끌했던 하루의 피로마저 풀릴 듯 평온하다.
여느 때 같았으면 그런 겨울 철새들을 탐조하기 위한 여러 기행 프로그램들이 여기저기에 소개되었을 법 한데, 올해는 잠잠하다. 대신, ‘조류독감 철새들이 몰려온다!’, ‘조류공포’ 등의 공포스런 분위기가 추수를 끝낸 들녘을 떠돌고 있다.

저병원성 특수형 돌연변이를 통해 가금류에서 발생한 뒤 야생조류로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조류독감에 관한 최근 우리 언론의 보도나 정부의 대응은 인간과 야생조류(야생동물) 사이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공포분위기를 몰아가기 이전에 조류독감에 관한 다양한 상황들을 분석하고 알릴 필요가 있으나 그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아쉽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H5N1 바이러스는 중국과 카자흐스탄, 몽고, 러시아와 흑해 연안의 국가에서 발견되었으나 이 병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조류독감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최소한 144개의 변종이 존재하나 이들 중 상당수는 야생조류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한다. 다만, 이동성 물새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이보다 높은 정도이다. 고병원성조류독감(HPAI, 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이라고 하는 것은 가금류의 대량 폐사를 일으킬 수 있지만 야생조류에서 문제를 일으킬 확률은 극히 낮다고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은 밝히고 있다. 집단으로 사육하고 있는 가금류에서 저병원성 특수형 돌연변이를 통해 발생한 것이 야생조류로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가금류 집단에서 전염이 쉽게 일어나는 이유는 새들이 밀집되어 있어서 바이러스를 전달하는 매개인 배설물이나 기타 분비물에 쉽게 접촉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H5N1 감염이 야생조류에서 비롯되었다는 증거는 아직 없으며 야생조류가 인간의 건강에 해악을 끼칠 위험은 극히 낮지만, 가금류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이들에게서 감염이 발생해 왔으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죽거나 병든 새들과의 접촉을 피함으로써 극소화 시킬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조류독감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로 발전한다면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질 수는 있을 것이고, 만일 발병을 한다면,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조류독감에 대한 이슈가 관심을 끄는 상황에서, 뉴욕에 있는 야생동물보호협회(Wildlife Conservation Society)는 성명서를 통해 조류독감에 대한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으로 야생조류, 특히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야생조류를 사냥하거나 벌목을 해서 서식지를 파괴할 수록, 야생조류가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가기 쉬우며, 이 과정에서 야생조류는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조류독감이나 다른 질병에 감염되기 쉽다라고 설명하였다. 이를 예방하는 방법들로 가금류들에 대한 우리를 개선하고 생물학적 위생안전 수단을 향상시키고 야생조류와의 접촉을 줄이며, 가금류의 유통체계 등 감시체계를 강화하여 실시간 관리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뿐만아니라 가금류 등에 의한 질병과 인간과 인간의 질병전파에 대한 문제들을 구분하여 다루도록 하여 문제를 부축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년 만에 겨울을 보내기 위해 한국의 너른 들판과 호수, 바다를 다시 찾은 겨울 철새들, 그러나 조류독감이라는 이슈로 인하여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앞에서도 그랬듯이 분명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나, 야생조류, 야생동물들과 공존하지 못하고 동물을 집단으로 사육하거나 그들의 서식처를 파괴하면서 점점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오늘날 우리들의 삶의 모습 등을 되돌아 보며 그 발생원인이 어디서 부터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몫을 우리에게 남겨준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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