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마약 줄이기 캠페인

2006.02.22 | 미분류

▲ 심재봉 화백

파병 논란이 뜨겁게 일었던 2003년 봄. 내 동생 같고 내 친구 같은 이들을 전쟁터로 보내야한다는 사실에 마음 아팠다.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아버지를 월남에 보냈듯이,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우리는 또다시 같은 결정을 해야 하는가. 안타까운 마음이 요동칠 무렵,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의 한 말씀이 무릎을 쳤다. ‘승용차를 버려야 파병도 안 할 수 있다.’

그렇다. 검은 마약 ‘석유’ 중독에서 벗어나야만 전쟁과 지구온난화, 그리고 대량 살상을 막을 수 있다. 이미 많은 전쟁이 석유를 둘러싼 갈등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우리는 무수히 확인하지 않았는가. 최근 석유중독증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한 두 나라의 행보가 그래서 더 눈에 들어온다.

노벨상으로 알려진 북유럽 스웨덴은 2020년까지 ‘석유를 한 방울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체 에너지공급의 30%정도를 차지하는 석유 의존도를 15년 안에 제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석유를 대신해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부족한 에너지를 수급할 계획이며, 이미 지난 2003년말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27%에 달해 이러한 전망을 더욱 밝혀주고 있다. 특히 스웨덴은 국민투표를 통해 원자력발전소를 더 이상 건설하지 않기로 합의, 원전비중도 석유와 함께 줄여 장기적으로 반환경 에너지를 쓰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스웨덴은 이 같은 목표가 현실 가능하도록 세부 실행과제를 잡고 있으며, 각 분야에서 에너지절약과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함께 모든 분야에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웨덴 의회는 모든 주유소에서 바이오디젤, 에탄올,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를 석유와 함께 팔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정유업체의 반발로 바이오디젤 상용화조차 어렵게 결정된 우리의 상황과 비교할 때 무척 놀라운 일이다.

세계 석유소비량 25%를 차지하는 미국 또한 석유중독증에서 탈출하겠다고 발표했다. 2025년까지 중동산 원유 수입을 75% 이상 줄이고, 대체에너지 기술개발에 대한 예산지원을 현행보다 22%가량 늘리겠다는 것이 미국의 석유중독 탈피대책이다. 그러나 여전히 부시대통령은 지구온난화나 에너지절약 등 근본 해결책에는 눈을 감았다. 또한 전 세계 차량 5억대 중 2억2천만대가 미국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대책이라는 평가다. 현실에 기반을 둔 스웨덴의 야심찬 계획과 대조적이다.

미국의 이번 발표는 ‘중동 윽박지르기’용 외교수단 카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중동산 원유 수입 75%를 줄인다고 해도, 실제 원유수입량 감소는 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이 석유 중독증에서 탈피하려면 에너지절약과 효율화를 통한 에너지소비 절대량을 줄이는 것이 우선순서지만, 정유업체의 로비를 받고 있는 부시정권의 입장에서 근본 해결책을 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부시행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보수 공화당 지지자들도 점차 등을 돌리고 있다. 미 공화당의 텃밭인 레드 스테이트주에서 부시행정부를 압박하는 신문기사가 등장했으며, 선 벨트 지역의 기독교 지도자 86명도 지구온난화 대응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구온난화를 부정하고 에너지공급에만 주력해 온 부시행정부가 공화당 텃밭에서 나온 불만을 어떻게 반영시켜 나갈지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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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시민의신문 에서 ‘에너지’를 주제로 기획 연재되고 있는  ‘이버들의 에너지, 에코리듬 타다’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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