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작물과 바이오매스

2006.02.28 | 미분류

▲ 심재봉화백  

지난 봄 독일에 갔을 때 일이다. 난생 처음 외국 땅을 밟아본 나는 독일의 이모저모를 살펴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특히 우리가 책으로만 보아왔던 재생가능에너지를 생활화하는 독일인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독일 남쪽 프라이부르크에서 북쪽 함부르크까지, 기차와 자동차를 통해 독일 전역을 이동하던 나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마치 우리의 제주도처럼 독일 전역이 유채꽃밭으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독일인들은 유채꽃을 무척 좋아하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멀쩡한 밭에 유채꽃을 대량으로 심어놓은 장면을 자주 접하면서 의구심은 더욱 커져갔다. 물론 유채꽃 기름이 재생가능에너지의 일환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경제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디어 독일 환경단체 ‘분트(BUND)’의 발터 융바우어씨가 그 의문점을 풀어주었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보급을 위해 유채꽃기름에는 세금을 붙이지 않고 보조금을 일부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WTO체제 때문에 일반 농산물을 재배할 경우 재배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엄격히 규제되어 있으나, 에너지작물을 재배할 경우에는 일반 재배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농촌문제 해법이 된다는 것이다. 즉 유채꽃기름은 재생가능에너지도 확대할 수 있고, 농촌 보조금지급도 가능한 1석2조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었던 것이다.

독일 또한 농산물의 가격경쟁력 하락과 WTO로 인해, 농사를 짓지 않는 논과 밭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농사짓는 것이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에너지작물’을 꺼내들었다. WTO의 압박도 피하면서, 농촌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미FTA로 인해 농심의 그늘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근본 보조 해결 방안으로 독일처럼 ‘에너지작물’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어떨까.

산업자원부는 지난 1월을 기점으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을 개정해 바이오디젤(식물성기름과 경유의 혼합액) 등 석유대체연료에 대해 지원이 가능하도록 법 일부를 개정한 바 있다. BD20(경유 80% + 바이오디젤 20%)은 일반 경유차에 사용가능하기 때문에 보급이 비교적 손쉽다. 식물성기름이 면세이기 때문에 BD20의 가격 또한 일반 경유보다 낮다. 따라서 소비자의 접근성만 용이하다면 보급 확대는 큰 무리가 없다.

게다가 여타의 재생가능에너지는 전기생산만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바이오디젤은 자동차나 보일러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가능하고 자국 내에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안보 확보에 좋은 방안이다. 이 같은 장점을 알기에 스웨덴은 모든 주유소에서 바이오디젤을 의무 구입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현재 바이오디젤의 보급을 가로막는 것은 대형 정유업체들이다. 수익하락을 염려한 정유업체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주유소에서 바이오디젤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정유업체들의 태도는 단기적으로 수익을 보장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에너지안보와 정유업체들의 경쟁력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세계적인 석유업체 쉘이 재생가능에너지로 방향을 돌린 것처럼, 우리의 정유업체들도 로또 같은 유전개발에만 치중하지 말고, 재생가능에너지로 먼 미래를 준비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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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시민의 신문 에서  ‘에너지’를 주제로 기획연재 되고 있는  ‘이버들의 에너지, 에코리듬 타다’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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