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갯벌에도 봄은 오는가?

2006.03.05 | 미분류

<사진 제공 : 녹색연합>
                                                                    

최승국(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입춘과 우수도 지나고 이제 확연한 봄기운이 대지를 감싸오고 있다. 그리고 봄소식은 멀리 남녘의 유채꽃 소식으로부터 따스하게 전해져 온다. 이번 겨울은 폭설과 강추위, 그리고 경기침체와 국제유가의 상승 등으로 우리를 잔뜩 움츠리게 하였고, 서민들의 생활은 그래서 더 어려웠다. 그렇기에 봄이 온다는 소식이 더 반갑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봄이 다가올수록 더 초조하게 애를 태우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사람뿐만이 아니다. 만경강과 동진강이 언제부턴가 두려움에 떨며 울부짖는 소리를 내고 갯벌에 기대어 살고 있는 도요새며 백합이며 수많은 생명체들이 시간의 흐름을 온몸으로 막아 나서고 있다. 왜일까?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에 끝없이 펼쳐진 갯벌매립을 위한 물막이 공사가 시작되고 이를 둘러싼 갈등이 시작된 지도 벌써 10년 가까이 흘렀다. 그동안 숱한 사람들이 이 지역을 다녀갔고 국내외의 내노라하는 전문가들 중 이곳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곳 갯벌이 지켜지기를 바라고 있고 성직자들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삼보일배를 하며 서울까지 고행의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10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가 버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건만 이곳을 둘러싼 양상은 별로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이제 큰 변화가 올지도 모른다. 그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살림의 길을 찾을 수도 있고 아니면 모든 이들의 염원을 바다와 함께 묻고 이곳의 갯벌이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는 때가 된 것이다.

3월 24일! 이 날은 세계에 내놓고 자랑할만한 너른 갯벌, 새만금 갯벌이 어쩌면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를 마지막 물막이 공사를 감행할 날이 될지도 모른다. 33킬로미터에 이르는 세계최대 규모의 방조제 공사가 대부분 끝나가고 마지막 숨통 역할을 하고 있는 2.7킬로미터마저 막아버리려는 전진공사가 시작될 예정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만금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은 물론 뭇 생명들, 그리고 그곳의 자연도 두려움과 슬픔에 통곡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새만금의 물막이 공사는 새만금만의 죽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만금을 둘러싼 사회갈등은 단순히 환경의 보전이냐 개발이냐 하는 차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새만금을 지키려는 목소리는 비단 환경운동가들만의 것이 아니요, 대부분의 시민들이 목소리이다. 또한 이 시기 양심 있는 지식인은 물론 정부내에서도 새만금 갯벌을 막으면 큰 재앙이 올 것임을 경고하는 목소리와 조사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이는 곧 진실의 소리이며 시대 양심의 소리인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애써 외면하고, 아니 억지로 숨기면서까지 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세상에 알려진 환경부의 ‘새만금 하구역 자연생태계 조사보고서’ 은폐 사례가 그 분명한 예의 하나이다.
이제 그 운명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3월 중순 대법원에서 새만금에 대한 최종 판결을 할 예정에 있고 그 후 곧바로 새만금의 마지막 숨통을 조일 물막이 공사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10년을 끌어온 대규모 국책사업을 둘러싼 사회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가는 우리사회의 양심과 진실이 얼마나 존중되는지를 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명백히 엄청난 문제가 있음을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그리고 경제 측면에서의 타당성도 없음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공사를 강행한다면 우리사회의 봄은 사라지고 어두운 동면의 시간을 맞게 될 것이다. 갖은 정치논리와 인간들의 이기심에 의해 만들어진 동토의 시간이 지나고 새만금에도, 우리사회에도 진정한 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하여 그곳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들이 가슴 활짝 펴고 봄소식을 반겨 맞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봄소식이 절망과 죽임의 소식이 아닌 살림과 희망의 메시지를 이들에게, 아니 우리 모두에게 전달해 줄 것이기에..,

분명한 것은 아직 늦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바라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마지막 희망을 빼앗을 물막이 공사를 중단하고 지역주민과 뭇 생명 모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안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