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새만금 갯벌로 간다

2006.03.06 | 미분류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새만금 갯벌살리기 운동이 10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새만금 갯벌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이들의 정성스런 마음과 열정을 합하면 천지가 감동하고도 남을 것 같다. 네분 성직자들이 오체투지 삼보일배하며 305km 그 길 위에 떨군 눈물과 땀방울이 65일간 그치지 않았다.

미래세대의 유산인 새만금 갯벌을 지켜달라며 미래세대 환경소송을 낸 300여명의 아이들은 6년의 세월이 흘러 초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됐다. 최병수·임옥상 화백 등이 예술활동으로 새만금 갯벌을 빚어내고, 김지하·신경림 시인 등이 새만금 생명을 읊어 주었다. 갯벌생태전문가, 해양학자, 수질전문가, 경제학자 등 수많은 전문가들이 현장을 다니며 새만금 갯벌의 가치를 규명하고 방조제가 막히면 일어날 환경재앙을 밝혀 주었다.

학교에선 선생님과 학생들이 새만금 갯벌 수업과 현장학습을 했다. 부모의 손을 잡은 아이들이 새만금 장승이 서 있는 해창갯벌에서 그 너른 갯벌의 품에서 뒹굴며 자연이 되었다. 그레를 몸과 함께 수도 없이 끌며 백합을 캐는 아낙들과 갯벌에서 길러 온 치어들이 먼 바다로 나갈 때 배를 타고 물고기를 낚는 어부들이 조여 오는 갯벌의 운명과 생존의 터전을 지키며 희끗희끗 나이가 익어가고 있다.

새만금 환경소송은 5년여 기간동안 1심, 2심 판결을 거쳐 대법원 판결을 눈 앞에 두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조정중재안으로 갯벌보전과 전북발전을 위한 상생의 해법을 찾으라고 권고하고, 공익변호사들과 국내외 전문가들이 변론과 증인으로 나서 진실을 말하고 그 재판서류와 기록만도 1만쪽 분량이다. 정치인도 수없이 새만금 갯벌 현장을 방문하고 새만금 갯벌과 전북도민의 상생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정부에 해법을 제안해 왔다. 지난해 말 2심 고법이 사업추진 쪽으로 판결을 내자 대부분의 언론이 사설을 통해 상생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정부 손을 들어 준 재판부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동안 일본, 미국, 독일, 호주 등 환경전문가들과 습지보전단체들이 새만금 간척사업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고 지지 방문이 줄을 이었다. 96년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람사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한 이후 3년마다 열리는 당사국 총회에서 새만금 갯벌 보전을 국제사회에 호소해 좋은 반응을 얻어 왔다. 그리고 2008년 람사협약 8차 당사국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있어 새만금 갯벌을 포함한 국내 습지보호 정책과 현황이 국제사회 주요 관심사가 될 예정이다. 국제사회에 알려진 바대로 세계 최대의 습지파괴 공사인 새만금 사업을 강행하면서 습지보호약속인 람사 당사국 총회를 개최한다면 우리 국민들과 국제사회는 진실하지 않은 이벤트를 하자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최근 총리실과 청와대가 은폐한 것으로 밝혀진 환경부의 ‘새만금 하구역 자연생태계 조사 보고서’나 해양수산부의 해양생태계 조사 보고서를 통해 새만금 방조제 공사로 시화호보다 더 심각한 수질오염을 경고하고 해양생태계 파괴 등을 우려해서 새만금 공사 중단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개발의 고삐를 쥐고 있는 개발부처와 청와대 그리고 전북의 정치인들만이 눈과 귀를 막고 세상이 다 아는 진실을 외면하고 있으니 절망스럽다.

이처럼 새만금 갯벌보전운동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환경운동의 대명사가 되었고, 환경운동가에게 활동의 신념이자 좌표가 되었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자연의 중요성과 생명의 가치를 일깨우고 실천하는 스승이 되어 주었다. 이제 환경과 개발이 상생하는 환경정책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바닷물이 3% 소금으로 썩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100만 명 이상의 시민이 직접 행동으로 새만금 갯벌에 다녀오고 갯벌이 그 자리에 자연으로 보전되기를 소망하고 기도했다. 직접 가지 않은 수많은 시민들도 새만금 갯벌이 보전되기를 바라는 국민여론으로 격려하고 있다. 다수의 국민이 내는 생명의 울림으로 개발만능의 사회로 썩지 않도록 지키는 빛과 소금이 되어 주었다.

정부가 2.7km 남은 최종 물막이 공사를 3월 24일께 강행하겠다고 한다. 10여년 기간 새만금 갯벌을 사랑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전국의 시민들과 주민, 아이들이 3월 19일 새만금 갯벌에 다시 모인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 땅과 하늘을 열고 다시 찾아오는 봄을 맞이하듯이 새만금 갯벌을 생명과 평화의 땅으로 맞아 마지막 남은 2.7km 생명의 숨통을 지켜주기 위해 다시 새만금 갯벌로 간다. 그리고 다시 정부에 새만금 갯벌을 살리라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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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시민의 신문 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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