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이전에 지구사랑이다

2006.03.08 | 미분류

▲ 심재봉화백

2006 독일월드컵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02년 4강 신화의 열풍을 이어나가기 위한,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과 성원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난 3월 1일에 있었던 앙골라와의 평가전에는 서울 시청광장에 5천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경기를 함께 관전했으며,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카페에는 꼭지점 댄스 등 벌써부터 월드컵응원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어 있다.

개최국 독일 또한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축구경기가 치러질 경기구장들의 준비가 속속 완료되고 있으며, 각종 평가전으로 자국 내 축구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독일 월드컵조직위는 이번 월드컵을 ‘환경친화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대대적인 ‘그린 골(Green Goal)’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호주 등 일부 국가의 불참으로 표류하고 있는 교토의정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지구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겠다는 것이 이번 캠페인의 주된 목표다.

또한 많은 관중이 모이는 큰 행사인 만큼, 쓰레기배출과 에너지사용을 줄이고 재생 순환형 모델을 선보임으로써, 월드컵 운영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축구는 생각보다 많은 환경비용을 요구한다. 대형 축구장들의 푸르른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력과 물이 필요하며, 수만 명을 수용하는 경기장 유지와 관중 이동에도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이에 조직위는 이번 월드컵으로 약 10만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 월드컵이 열리는 한 달 동안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 10만톤 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교토의정서 지지’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실질적인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우선, ‘수송’으로 인한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방지를 위해 월드컵 이동객들을 대중교통수단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독일 환경부에 따르면 월드컵 수송으로 7만~8만톤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 대부분의 온실가스가 수송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조직위는 경기관람권과 대중교통 탑승권을 함께 묶어 판매하는 ‘콤비티켓’을 내놓았다. 독일 교통체제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승용차운행보다 더 손쉬운 점을 상기할 때, 비교적 실효성 있는 방안이다.

또한 ‘쓰레기 없는 경기장’ 운동을 벌여 재활용을 제외한 모든 쓰레기는 관중이 집으로 가져가도록 하며, 축구장에는 에너지효율이 높은 전력용품과 물 절약형 수도꼭지와 변기로 교체했다. 일부 경기장들은 빗물 정화시설이나 강물 재사용시설을 이용해 용수를 공급하고 있으며, 압축시설을 통한 ‘물 없는 화장실’도 곳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쓰레기처리와 용수, 전력공급에 많은 에너지가 소요됨을 상기할 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이 같은 에너지절약과 효율화는 필수적이다.

세계 최대 태양광시설인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드라이잠 축구경기장을 보러 갔을 때, 때마침 지역 축구예선이 열려 구경조차 못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태양광 시설을 보지 못한 점이 아쉽지 않았다. 축구를 보기 위해 모인 수천 명의 사람들이 대부분 자전거를 통해 도시 교외로 이동해왔고, 경기장 주변에 놓여있는 수천 대의 자전거가 진풍경을 이뤘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통한 에너지절약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독일 월드컵은 보여줄 것이다. 2006년을 또다시 뜨겁게 달굴 우리의 붉은 응원물결에 지구사랑이 함께 담겨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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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시민의신문 에서  ‘에너지’를 주제로 기획연재 되고있는  ‘이버들의 에너지, 에코리듬 타다’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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