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광채의 매력남

2006.03.15 | 미분류

▲ 심재봉화백  

지구는 46억살 먹은 젊은이다. 다른 행성들에 비해 젊고,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부양가족이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긍정적인 삶의 태도로 힘든 표정조차 짓지 않는 푸른 광채의 매력남이다. 그런 그가 언젠가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감기려니 했다. 열이 나고, 몸살기운이 있으며, 기침과 콧물이 나는 정도였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부양동생 중 한 명인 욕심꾸러기 미국도 감기는 병도 아니라며 그의 생각을 두둔하고 나섰다.

그러나 의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병명도 모르는 희귀병이지만, 병세가 악화되고 있으며 빠른 치료과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병의 원인과 치료과정에 대해 의사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지만, 곧 학회에 새로운 병명으로 보고 되었다. ‘지구온난화’라고.

지구는 인간의 몸처럼 하나의 유기체다. 지구의 해류는 혈액처럼 지구의 몸 속 곳곳으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며, 각 지역별 적정 체온을 맞춰준다. 같은 위도 상에 있는 우리나라보다 유럽이 겨울에 더 따뜻한 이유는 멕시코만 난류가 유럽 전역을 따뜻하게 데워주기 때문이다.

지구 해수총량의 1.8%에 불과한 빙하의 해빙에 주목하는 이유도 바닷물의 염분저하로 인해 발생할 해류의 움직임 때문이다. 빙하가 급격히 녹아 염분이 전혀 없는 담수가 갑자기 유입될 경우, 해류의 방향이 달라지거나 끊길 수 있다.

이는 각 지역의 평균온도와 강수량을 급격히 변화시킬 수 있으며, 영화 투모로우에서 가정했던 빙하기 같은 극단적인 예측까지도 가능케 한다. 그만큼 지구의 기상이변과 해류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최근 라니냐의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해수면이 높아지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 해수면이 낮아진다. 이 같은 수온과 물기둥 높이의 상관관계로 인해, 해수면 고도로부터 해수온도를 알 수 있다.

라니냐는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주는 열대태평양 해수온도가 현저히 낮아지는 현상으로, 동태평양 해수면 높이가 서태평양보다 60cm가량 낮아졌다고 유럽우주국 과학자들은 밝혔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도 이례적으로 연초부터 라니냐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며, 상당한 강도와 지속기간을 가진 라니냐가 이렇게 빨리 찾아온 적이 없기 때문에 각 국가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라니냐는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지,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하기 매우 어렵고, 라니냐가 단기간에 끝날 경우 반대 현상인 엘리뇨가 발생할 것으로 점쳐져 더욱 긴장케 하고 있다.

라니냐가 지속되는 기간에는 열대와 아열대지방의 무역풍(동풍)이 평년보다 강해지며, 차가운 바닷물이 남아메리카 해안에서 적도 중태평양까지 확장한다. 따라서 아열대지방인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 등지에는 비가 평균보다 많이 오고, 미국 남서부와 중남미는 건조해진다. 우리나라와 일본, 아프리카에는 이상 저온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기상청은 지난해 12월의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가 라니냐의 영향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998, 99년 여름, 라니냐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내려 452명이 숨지고 16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바 있기 때문에, 연초부터 불거지고 있는 라니냐의 증후를 묵인할 수 없다. 라니냐는 자연발생적인 순환 현상이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과거보다 두드러지고 잦아졌다는 것이 과학자의 추측이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다른 병을 함께 유발시키는 합병증세 때문이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일상적인 자연현상도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희귀병을 이겨낸, 푸른 광채 매력남의 건강한 미소가 기다려진다.

위 글은  시민의신문 에서  ‘에너지’를 주제로,  기획연재 되고 있는  ‘이버들의  에너지, 에코리듬 타다’  칼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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