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다이어트

2006.03.28 | 미분류

그림 : 심재봉 화백

2005년 뉴스의 단골손님은 ‘고유가’였다. 정부는 고유가 대책을 논의한다고 야단법석이었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급증했다. 고유가로 물류비와 원재료비가 상승하자 하수도 맨홀 뚜껑을 훔쳐가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했고,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도망가는 사례도 가끔씩 나타났다.

그러나 고유가의 고비를 살짝 넘자, 정부는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다. 발등에 불 떨어졌을 때만 관심보이는 게 사람 심리라고 하지만, 정부의 뇌리에서 고유가라는 단어는 어느새 잊혀져버렸다. 언제 또다시 고유가의 여파가 몰아칠지 모르지만,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모르쇠다. 언 발에 오줌 눠서 녹였으니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고유가의 고공행진은 지속될 전망이고, 해외 에너지자원에만 의존하는 우리의 에너지사정은 좋지 않다.

경기부진과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작년 에너지소비량은 2004년 대비 4.2% 증가한 229.6백만 TOE를 기록했다. 2005년 경제성장률은 3.9%로, 여러 여건을 고려해도 2005년 에너지소비량은 매우 높은 수치다.

에너지소비량은 경제성장과 비례해서 증가하는데,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면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에너지소비는 둔화된다. 한 사회가 수용하는 에너지소비량이 한계점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현상을 나타내는 지표가 바로 ‘에너지탄성치’다. 에너지탄성치는 경제성장률과 에너지소비증가율을 비교한 수치로, 한 사회가 얼마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를 보여준다. 숫자 1 이하면 에너지효율이 높음을, 1 이상이면 에너지효율이 낮음을 의미한다.

우리의 경우 2005년 에너지탄성치는 1.09로, IMF 이후 감소하다가 최근 다시 증가추세로 들어섰다. 에너지다소비국가인 미국이 0.66, 일본 -0.11, 독일 -11.26(2003년말 기준) 등 타 국가와 비교할 때 우리의 에너지시스템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잘 나타내준다.

이렇듯 에너지탄성치가 높은 이유는 국제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내수경기 회복을 이유로 에너지 효율화에 적극 대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회피하는 정부정책은 단기적으로 반짝경기를 노릴 수는 있으나, 다시 국제 원유가격이 급격히 오를 때에는 효율적인 대처가 불가능하다.

김영삼 정권의 IMF사태는 김대중 정권 정책전반의 발목을 붙잡았고, 김대중 정권의 카드사용 확대는 신용불량자 급증과 대량 청년실업을 노무현 정권에게 안겨주었다. 수입에너지에 의존하고 비대한 에너지시스템을 유지하는 현 정책을 고집하는 한, 다음 정권은 또다른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선심성 반짝경기는 노무현 정권에게 표를 가져다주겠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부담은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특히 총에너지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분야가 과거 철강, 섬유, 석유화학 등 에너지다소비 산업에서 반도체, 정보통신 등 에너지저소비 산업으로 이동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산업분야의 이동으로 해당 분야의 에너지소비가 급격히 줄고 있음에도, 전체 에너지소비가 해마다 증가한다는 사실은 더 이상 경제성장을 이유로 공급 위주의 에너지정책을 고집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키가 크기 위해서 몸무게를 늘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산업계의 성장을 위해 저비용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원하는 만큼 쓰도록 공급 위주의 정책을 펼쳐 온 것이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버린 경제와 에너지시스템은 키가 다 커버린 상태에서 몸무게만 증가하는 현 상태를 거부하고 있다. 곳곳에서 비만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에너지비만에 대한 전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위 글은  시민의신문 에서  ‘에너지’ 를 주제로,  기획연재  되고있는  ‘이버들의  에너지, 에코리듬 타다’  칼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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