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한 무연탄 지원금

2006.04.19 | 미분류

▲ 심재봉화백  

저녁식사를 하러 고깃집에 들어갔다. 한 낮에 반팔 옷을 입어도 어색하지 않을 완연한 봄 날씨인데, 고깃집 안에는 연탄 냄새가 그윽하다. 냄새를 피하려 손사래를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주인아저씨에게 애원의 눈길을 보냈지만, ‘고기는 연탄에 구워먹어야 제 맛’이라는 퉁명스런 대답만이 되돌아왔다.

고기 구워 먹을 때만 쓰이던 추억의 연탄이 작년 한 해 히트상품으로 탈바꿈했다. 고유가의 영향이다. 짝사랑 석유 값이 지칠 줄 모르고 콧대 높으니, 편안하고 늘 곁에 있어주던 연탄에 눈길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작년 연탄 소비는 전년보다 45% 급증한 201만 톤으로, 1996년도 이후 최고 소비량이다.

연탄 소비가 늘어나면서 정부 보조금 부담도 크게 늘었다. 그동안 정부는 저소득층의 에너지수급을 고려해 매년 2000억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을 연탄 제조에 소요해왔다. 연탄 1장당 정부 보조금은 석탄 채굴과정에 167원, 수송 보조에 25원, 연탄공장에 204원 등 396원에 달한다. 연탄 1장 가격이 300원선임을 인지할 때, 연탄 값의 절반 이상은 세금으로 메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연탄의 주 소비층은 저소득 계층이 아니다. 기초생활수급자 75만 가구 중 5%인 4만 가구만이 연탄을 사용하고 있으며, 고깃집 아저씨나 화훼농가, 비닐하우스 등 다양한 계층이 연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보조금의 원 취지는 무색해졌다.

또한 보조금 지급은 에너지원의 공정한 시장경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를 유발시키는 화석연료에 지원을 한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석탄산업에 쏟는 예산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국내 무연탄 소비의 20%를 차지하는 연탄을 포함한 무연탄 지원사업에 매년 7000억 원에 달하는 공공재정을 사용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정부는 지난 1987년부터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을 만들어, 끊임없이 탄가 보조와 폐광지역 지원을 병행해왔다. 한 때 동네 강아지도 지폐를 물고 다닌다던 337개의 탄광은 모두 폐쇄되었고, 6만 명에 달하는 탄광근로자는 6천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정부지원은 지속되었고, 그동안 대한석탄공사 등 탄광에 직접 지원하는 액수만 따져보아도 7조7668억원(1989~2005)에 달할 정도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 전력생산의 36%를 차지하고 있는 수입유연탄의 가격인상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국내무연탄과 수입유연탄의 원가차액을 보조해주었다. 그러나 이 같은 탄가안정대책은 오히려 석탄 소비를 증가시켜 에너지 경쟁시장을 왜곡시켰으며, 수명이 다한 발전소를 유지시키기 위해 연간 1700억 원의 공공재원을 사용하는 등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집행으로 일관해왔다. 특히 방만한 운영으로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대한석탄공사는 재무관리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경영정상화를 달성할 가능성은 매우 의문스럽다.

무연탄 사업은 에너지사업의 주요 예산인 에너지특별회계의 37%에 달하는 지원을 받고 있다. 이는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의 5배가 넘는 규모다. 따라서 석유와 등유, 천연가스 등은 높은 세금과 부담금으로 인해 가격이 높아지고, 석탄은 절반에 해당하는 보조금 때문에 가격이 낮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폐광지역 지방자치단체는 많은 보조금을 지속가능한 지역개발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장기계획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는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으로, 명확한 실태조사를 통한 적정한 지원으로 변경되어야 한다. 폐광지역 주민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보장하면서, 비합리적인 에너지세제에 대한 수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위 글은  시민의신문 에서  ‘에너지’ 를 주제로 기획연재 되고있는  ‘이버들의 에너지, 에코 리듬 타다’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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