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덩어리 에너지, 원자력

2006.05.11 | 미분류

▲ 심재봉화백

‘핵’이란 단어는 뉴스 단골손님이다. 북핵문제나 이란 핵사찰 논란은 빈번하게 신문 정치면과 국제면을 채우고, 원전사고와 체르노빌은 사회면을, 원자력공학은 과학면에 등장한다. ‘원자력’이 때로는 무기로, 때로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이중적 특성 때문이다.

이러한 이중적 특성은 원자력에 대한 입장 또한 이중적으로 만들어버린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피해는 실로 참담했고, 5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원폭 생존자 10명 중 4명은 방사능 노출로 인한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원폭 피해국임을 강조하면서 국제 사회의 동정여론을 얻고자 애쓰고 있다.

이 같은 일본의 모순된 태도는 ‘평화적 핵 이용’이란 명목 하에, 핵무기를 갖고자하는 야욕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본원자력에너지위원회(JAEC)는 지난 1957년부터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공급을 위한 재처리장기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국제여론을 의식해서 비핵 3원칙을 선언, 자국내 재처리가 어려워지자 영국 BNFL과 프랑스 코제마(COGEMA)에 위탁의뢰해서 1970년대부터 재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재처리란 핵분열을 끝낸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에 일부 남아있는 소량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추출해내는 것으로, 핵무기 제조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플루토늄을 얻기 위해 일반적으로 거치는 과정이다. 재처리를 통해서 얻어진 소량의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다량의 우라늄과 섞어 에너지원으로 쓰기 때문에, 평화적 핵 이용이라는 명분이 어설프게나마 들어맞는다.

일본 정부는 전력공급과 폐기물 재사용이라는 명분을 등에 업고, 1985년 자국내 재처리공정을 위한 부지로 아오모리현의 로카쇼무라를 선택했다. 일본 북서쪽 외진마을인 로카쇼무라는 일본 정부가 석유비축기지로 사용하기 위해 매입한 부지를 핵폐기장과 우라늄농축공장 등 핵 단지화로 변모시키면서 재처리공장까지 들어오는 불운을 겪고 있다. 현재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은 43.1톤이며, 재처리공정 시 해마다 8톤에 달하는 플루토늄이 추출된다. 8톤의 플루토늄은 나가사키에 떨어진 플루토늄 폭탄 1000여개를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일본이 목에 핏대 세우며 비난하는 북한 핵시설은 일본 로카쇼무라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감 수준 정도다.

일본이 재처리를 위해 쓴 총 사업비는 11조엔(약 115조원)으로, 최종 처리비용을 포함하면 19조엔(약 200조원)에 달한다. 우리 정부의 한 해 예산에 육박하는 실로 엄청난 액수다. 일본 의회는 지난해 6월, 이 어마어마한 적자를 전기요금에서 보전하도록 하는 법률안을 통과시킨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시험가동 중인 재처리공장이 가동 열흘 만인 지난 4월 12일, 플루토늄과 다른 방사성물질이 섞인 용수 40리터가 유출되는 사고를 발생시켰다. 이처럼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안전사고와 해결할 수 없는 핵폐기물, 많은 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핵무장으로 강행하는 일본의 질주가 심히 우려스럽다.

우리 또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여러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원자력발전을 시작했다. 내심 핵무기를 원하지만 겉으로 드러낼 수 없기 때문에 원자력은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원으로 포장되어야만 했다. 원전 가동 30여년이 되어가는 지금, 서서히 원자력신화의 가면이 벗겨지고 있다. 반핵운동만이 진실을 밝혀내고 평화를 지켜내는 유일한 탈출구가 될 것이다.  

위 글은  시민의 신문 에서  ‘에너지’ 를 주제로, 연재기획 되고있는  ‘이버들의 에너지, 에코 리듬 타다’ 칼럼입니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