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와 반핵운동

2006.06.05 | 미분류

▲ 심재봉화백

5·31 지방선거를 대하면서 새삼 풀뿌리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지방자치 10년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만큼 지방정치판은 그야말로 개판이다. ‘소(小)군주’라고 칭할 만큼, 너무나 굳건한 지역 토호세력들의 입지와 평화·민주세력이라 자칭하는 참여정부의 실정은 주민·시민운동의 의욕을 꺾어버린다.

모든 시민운동의 원동력은 풀뿌리 민주주의다. 주민운동의 조직화와 함께, 주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민주주의 운동이 바로 시민운동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시민운동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주민들의 힘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평화와 환경을 관통하는 유일한 운동이자, 풀뿌리 시민·주민운동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반핵운동은 지난 20여 년간 주민들의 눈물과 노력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반핵운동은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환경운동이지만 지역·세대의 형평성문제가 극심히 발생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또다른 의미의 정치운동이다. 따라서 그동안 반핵운동은 각 지역에서 불붙은 주민운동에 기초하였고,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지역상황, 에너지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발생하였다.

초창기에는 원전건설이 지역개발의 원천으로 여겨져 주민수용성이 높았으나, 각종 원전사고와 방사능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지역 반핵운동이 점화되기 시작했다. 지역 반핵운동의 열기가 점차 거세지면서 새로운 원전건설 부지확보가 어렵게 되자 정부는 이미 확보한 4개 원전 부지를 확대하면서 추가건설을 도모해왔다.

이처럼 핵발전소와 핵폐기장 추진정책은 각각의 정당성을 추진하는 명분으로 작용하면서 많은 지역의 반대에 부딪쳐왔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추진된 핵폐기장 부지선정은 지난 3년 여간 전국을 혼란 속으로 밀어 넣었고 많은 우여곡절 끝에 경북 경주시 양북면을 중·저준위 폐기장으로 결정지었다. 지난해 11월 2일 치러진 핵폐기장 주민투표는 노무현 정부의 최대 히트상품으로 포장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했던 많은 문제점과 불법사례를 역사의 뒤안길에 묻어 버렸다.

정작 해결해야할 고준위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논의와 준비는 또다시 후대에게 책임이 전가되었고, 핵폐기물 관리·처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오리무중이다. 또한 핵폐기장 추진을 위해 천문학적인 혈세를 쏟아 부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정부와 원전사업자에 대한 불신과 지역갈등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동안 핵폐기장 부지선정을 추진하면서 많은 지역공동체들이 심각한 사회갈등과 희생을 치러야 했다.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분은 어려운 정치·사회적 쟁점이자, 관리·기술적으로 힘든 사안이다. 지금까지 세계적 많은 국가들에서 핵폐기장 추진이 시민들의 많은 반대에 부딪친 이유도 담보되지 않는 핵폐기물의 안정성과 독립된 규제기구에 대한 신뢰, 해당 지역에 대한 사회적 형평성이 극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여년이 넘는 반대운동을 열거하기에는 숨이 찰 정도로 반핵운동의 역사는 길고도 어두웠다. 그러나 이 같은 갈등사례는 사회가 다변화될수록 각 영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요한 지 잘 반증해준다.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소수자의 희생을 강요하고 비민주적으로 추진한다면 시민들의 풀뿌리 항거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반핵운동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주민운동이자, 에너지 민주주의를 위한 끊임없는 열정이다.

위 글은  시민의 신문에서  ‘에너지’를 주제로,  연재기획  되고있는  이버들의  ‘에너지, 에코리듬 타다’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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