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국인의 생활자세

2006.06.16 | 미분류

▲ 심재봉화백

광풍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다.
축구에 관심 없으면 수다의 무대에서 조용히 퇴장해야 한다. 눈살을 찌푸릴 정도의 방송 편성과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기업 광고도 감내해야 한다. 월드컵 시작 100일 전부터 9시 뉴스의 반 토막을 잘라먹어도, 불공드리는 부모 마음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2006년 상반기에 요구받는 한국인의 생활 자세다.

신화는 매력적이다.

누군가의 창조와 발견으로 새로운 역사를 그리며 맹목적인 사랑과 대중의 열광이 뒤따른다. 컴퓨터와 인터넷 활성화, 패션아이콘 명품, 2002년 월드컵 4강 달성으로 인한 축구열풍 등 분야는 다양하지만 일부 사람들에게 신격화될 정도로 열광이 존재한다.

현대 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의 다양성이 넓어지는 반면 대중의 맹목성 또한 짙어지고 있다. 더 이상 ‘신’이 삶의 기둥이 아닌 현대인들에겐 또다른 의미에서 신이 필요한 것 같다.

과학기술에 대한 현대인의 맹신도 종교 수준이다.

비싼 수업료를 치른 황우석 사태에서 보듯, 우상화된 존재에게 비판의 칼날은 허용되지 않는다. 숲을 보지 못하는 연구 집단은 전문성을 운운하며 우상화된 과학기술을 감싸기 바쁠 뿐이다.

요리를 만들지 못한다고 해서 맛을 볼 줄 모르는 것이 아니며,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고 해서 감상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각 분야의 전문가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전체 사회에서는 관심 있게 보면서 문제점을 일깨우고 고쳐야만 한다.

내년 6월이면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는 설계수명 30년을 다하게 된다. 많은 양의 전력을 영구적으로 생산할 것 같은 원전의 이미지는 원자력신화를 바랬던 원전종사자들의 상상력일 뿐이다.

우리나라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는 1978년 가동 이후 지금까지 124회에 달하는 크고 작은 사고를 냈다. 전체 원전사고의 20%에 달하는 많은 수치다. 이 같은 사고 이력은 기술·구조적인 측면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있음을 잘 반증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수명연장을 통해 10년 정도 원자로를 더 사용할 수 있다며 건설비용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수명연장을 강행하고 있다. 또한 원자력 전문가를 앞세워 안전문제는 걱정 없다고 호언장담을 하며, 비전문가인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원전 안전성을 과도하게 불신한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원자로 수명연장을 위해 관련 법규는 졸속으로 만들었고 안전규제 또한 허술하기 그지없다. 수명연장 경험이 전무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관련 법규와 규제가 치밀하지 않은 상황은 안전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안전성이 더욱 취약한 중수로인 월성원전 또한 수명연장을 할 계획이어서,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처럼 원전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조기 원전폐쇄로 방향을 잡고 있다. 독일이나 영국, 스웨덴 등은 일정 기간을 정해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하였다. 동유럽 국가들도 구소련시절 원전을 폐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친(親)원전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나 체코에서도 기술적으로는 60년까지 수명을 연장할 수 있지만 정부에서 허가하고 있는 기간은 40년이다.

첫 경험은 중요하다.

고리 1호기의 수명연장 결과가 다른 원자로의 수명연장에도 주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과학주의 맹신과 원자력 신화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고리 1호기 수명연장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

그것이 2006년을 새롭게 만들 한국인의 생활 자세다.

위  글은  시민의 신문에서  ‘에너지’를 주제로  기획연재  되고있는  ‘이버들의  에너지, 에코리듬  타다’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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