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시대로 대세가 기울다.

2006.07.10 | 미분류

▲ 심재봉화백  

체 게바라의 부인 일다는 4년 동안 체 게바라를 기다렸다.  딸아이 일디따와 함께. 그가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천식이라는 지병이 그를 괴롭힐지도 모른다는 염려, 열병과 찬 바닥과 끼니를 걸러야 하는 전쟁통 생활에 대한 안타까움, 혁명을 이뤄내야 하는 긴장된 삶에 대한 우려와 함께 만감이 교차하는 힘든 4년을 보냈을 것이다. 아무리 그녀가 혁명가이자 사상가일지라도, 묵묵히 그 기간들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을 거다. 게다가 5번이나 청혼을 했던 열정적인 게바라가 아니었던가. 미남 의사 총각을 애태우게 한 죄 값을 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기다렸는데, 그렇게 기다렸는데, 혁명에 성공한 쿠바 땅을 밟았을 때에는 그가 재혼했다는 소식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느꼈을 배신감과 좌절, 허무함과 분노, 그리움과 연민, 처참함과 불신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다. 아무리 위대한 체 게바라일지라도, 그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너무나 멋지게 그를 보내줬다. 그가 또 다른 혁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가 꿈꾸는 세상에 살도록, 그를 필요로 하는 세상에 있도록, 그렇게 그를 보내줬다.

대세(大勢)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물의 핵심에 대한 형세’를 의미한다. 본질적인 부분에서 변화가 발생하면 그 본질을 지키고자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이 없다. 아무리 열렬히 사랑했더라도 체 게바라의 마음을 다시 잡을 수는 없는 것처럼, 대세가 기울어버리면 돌이키기 힘들다.

바야흐로 녹색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경제성장을 앞세워 개발론자들은 과거의 영광을 누리고자 온갖 애를 쓰고 있지만,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 있다. 갈고 닦고 요절내던 토목공화국에 대한 향수만으로 더 이상 큰 물줄기를 바꿀 수는 없다.

큰 흐름의 미세한 물줄기들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최근 보수적인 대법원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면 사업승인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육군 1968부대가 국가 예산 13억원을 들여 지난 2001년 사격장 공사를 마쳤으나 이 과정에서 사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주민들은 환경오염 등의 이유로 무효 행정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입법취지에도 어긋나고 주민들의 이익도 침해했기 때문에 행정처분은 무효라고 결정한 것이다.

환경을 방어하고 보전하는 역할을 맡기 위해 설치된 환경부도 점차 근본적으로 건교부보다 우위에 서서 국토를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할 위치에 오르고 있다. 더 이상 방만한 개발 위주의 건교부 행태를 묵과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논란이 되고 있는 양 부처의 통합논의가 환경부의 약화로 귀결되지 않도록, 형식적인 부서통합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환경과 녹색의 시각에서 다뤄야 할 분야는 비단 국토관리 뿐만이 아니다. 지구적 쟁점인 에너지 문제 또한 기존 개발 위주의 관점에서 녹색의 관점으로 확대해야할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건교부-환경부 통합 논의에 에너지부분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환경보전과 개발이라는 사회적 갈등이 가장 극렬하게 대립되는 분야가 바로 에너지 문제이며, 전 지구적 환경재앙도 에너지문제를 비켜갈 수 없기 때문이다.

욕심과 아집을 버려야할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고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는 녹색 시대가 대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위 글은   시민의 신문 에서  ‘에너지’를 주제로,   연재기획  되고있는  ‘이버들의  에너지, 에코리듬 타다’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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