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친환경 아파트

2006.07.19 | 미분류

▲ 심재봉화백

신문이 두툼하다. 신문의 기사 분량만큼 광고가 면을 채우기 때문이다. 면을 차지하지 못하는 광고나 짧은 시기를 강조하는 광고는 대부분 전단지로 밀려난다. 백화점, 할인점의 특가 상품 안내나 부동산 매물 광고가 바로 그것들이다.

최근에는 고급화와 친환경성을 강조한 아파트 광고가 눈에 많이 띈다. 부동산 가격 불안정과 분양시장 경쟁심화로, 아파트마다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기 위한 특화된 전략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아파트 수요 둔화와 한계가 분양시장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지어놓기만 하면 분양이 되던 시절은 끝났다. 따라서 웰빙 바람을 타고 ‘친환경성’을 강조한 아파트 광고가 광고시장의 붐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아파트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파트 건설업체들이 내세우는 ‘친환경성’이란 유해물질이 적게 배출되는 자재 사용과 녹지비율 확대가 전부다. 거주공간의 쾌적성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뿐 지구환경을 보전하고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문제는 고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아파트들이 대부분이다.

쾌적한 거주공간 못지않게 부동산으로서 자산가치가 중요한 한국 실정에서는 생태건축물이 들어서기 쉽지 않다. 부동산 거품경기에 대비한 투자 목적의 건축물에 친환경성을 고려한 노력과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을 일부 반영한 ‘무늬만 친환경적’인 아파트가 곳곳에서 성행하고 있다.

친환경성을 담보한 생태적인 집이 되려면 ‘수동적인 집’이 되어야 한다. 물과 에너지를 외부에서 끌어오지 않고 자생적으로 해결 가능하며, 오염원을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자체적으로 처리가능한 집이야말로 생태적인 집이다. 집 안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집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능동적인 집이다. 하지만 외부 시각으로 보면 매우 수동적이다.

수동적인 집이 되려면 물 순환기능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물이 잘 스며들 수 있도록 포장면적을 줄이고 투수성 포장을 하며, 빗물 이용설비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오염 정화 시설 확립과 쓰레기 재활용을 통한 자원재순환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건축물의 설계 단계부터 그 지형을 잘 살펴 지형변화를 최소화하고, 자생적인 식물을 통해 주변 환경을 구성하는 것도 생태적인 집을 위한 주요 요소다.

한편 에너지사용 저감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수동적인 집은 외부로부터 에너지충당을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열재와 같은 에너지 절약과 효율 개선이 필요하며, 자체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건물 설계단계부터 에너지절약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활용해야 한다. 직접 방문했던 독일 함부르크의 수동적인 집에서는 햇빛을 이용하기 위해 창문틀의 각도까지도 고려해서 설계하는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이런 생태적인 삶은 경제적인 이익까지도 담보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98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친환경 자제와 기술로 지을 경우, 연간 편익비용이 2.66배에 달한다고 한다. 실내 공기질 개선과 쓰레기 재활용 효과, 에너지와 교통으로 인한 환경오염 완화는 결국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천지인(天地人)이라는 말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과 자연 환경이 조화되는 것, 그것이 바로 생태적으로 살아간다는 의미다. 겉으로만 환경을 잔뜩 발라놓은 속 빈 강정을 속부터 채우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위 글은  시민의 신문에서  ‘에너지’를 주제로,  연재기획 되고있는  이버들의  ‘에너지, 에코리듬 타다’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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