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기상청

2006.07.25 | 미분류

▲ 심재봉 화백

타고 있던 자동차에 바위가 달려들었다. 몸채가 소형 봉고차만 하고 산 중턱부터 부리나케 달려온 바위인지라, 마치 날쌘 멧돼지를 보는 듯 하다. 발 빠른 바위가 차 옆구리를  들이받았으니, 차 안에 있던 이들의 몸이 성할 리 없다. 목의 인대가 늘어나고 뇌진탕 판정을 받아 두 달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벌써 4년 전 이야기다.

4년이나 지났지만 스트레스가 심하고 비만 오면 목이 뻣뻣해진다. 주변 사람들은 젊은 나이에 살아있는 기상청이 됐다고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정작 당사자가 되면 농이 나오질 않는다. 고무줄 같은 목의 인대는 아예 끊어져버렸으면 치료라도 가능했을 것을 늘어져 버리는 바람에 탄력을 잃어 버렸다. 그 덕에 목과 어깨 근육이 말을 잘 듣지 않아 두통과 어깨 결림, 근육통을 동반한 채 지내야 하고 평생 고질병으로 속 썩을 것이라는 게 신경외과 의사의 전언이다.

새삼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우를 동반한 태풍 루사의 강력한 영향으로 도로 인근에 산사태가 발생했고, 그 여파는 힘없는 삶의 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들었다. 건설비용 절감을 위해 산 경사면을 급하게 깎아 내다보니 폭우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게 산사태의 주된 원인이었다. 체계적인 감시와 보완을 당연히 하지 않았을 정부를 원망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속 쓰림 뿐이다.

강력한 두 개의 태풍, 에위니아와 빌리스의 영향력은 과히 상상을 초월한다. 중부지방은 제 3호 태풍 에위니아로 몸살을 앓고, 남부지방은 제 4호 태풍 빌리스의 영향력 하에 놓여있다. 최근 3년 여간 조용하던 태풍과 장마는 그새 몸집을 키워 방심하던 인가를 급습했다. 실종자가 속출하고 가재도구는 하나 건질 것 없게 물에 잠겨버린 이재민들의 애타는 마음을 누가 알아주랴. 폭우가 쏟아져도 서울시장은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마산 시의회 의원들은 세미나를 핑계 삼아 단합대회를 하는 게 우리네 현실인 것을.

태풍은 대체로 수온 27도 이상 되는 남.북위 5도 이상의 열대 해역에서 발생한다. 열에너지를 많이 포함한 수증기가 증발하면서 생기는 잠열이 주된 에너지원이다. 따라서 따뜻한 열대 해양에서 움직일 때는 에너지의 공급을 계속 받아 발달하지만 차가운 육지면에 상륙하면 지표면과의 마찰로 인해 그 위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육지면과의 온도차이가 예전만큼 급감하지 않게 되면서 태풍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태풍이 보유하고 있는 강풍과 호우의 위력은 커질 수밖에 없으며 직접적인 피해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재(人災)다. 해마다 부실한 재해관리와 임기응변적인 보완, 막개발로 인한 사고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유발한다. 실례로 부실한 도로 건설로 인한 산사태와 토사 유출, 낙석 등으로 이틀 동안이나 통행이 중단되어 영동지역 1000여명의 주민들이 고립되었다. 도로 곳곳에 가드레일과 나무가 마구 뽑혀 나갔고, 물구덩이가 깊게 생겼으며, 낙석으로 인해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를 상황이다.

이번에 피해가 발생한 도로 63곳 가운데 토사 유입이나 낙석으로 인한 도로 피해가 42곳에 달한다. 도로 유실로 인한 13곳까지 포함하면, 관리부실과 도로 자체의 문제점으로 인한 피해가 대부분이었다는 말이다. 살아있는 기상청이 되고 싶지 않다면 이 같은 도로는 지나지 않는 것만이 상책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느 도로가 이처럼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대충 지었을 대부분의 도로가 부실할 것이고, 어느 지역에서 갑작스런 극우성 폭우가 쏟아질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명은 재천이라고 했던 걸까?

위  글은  시민의 신문에서  ‘에너지’를 주제로,  연재기획  되고있는  이버들의  ‘에너지, 에코리듬 타다’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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