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 없는 환경 행정

2006.09.19 | 미분류

▲ 심재봉화백

‘올해의 유행은 단연코 녹색이다.’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즈’가 세계적 정치행태를 일컬어 지칭한 말이다. 좌파 녹색당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환경 보호가 우파 정치인들의 모토로 활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미국 존 맥케인 상원의원이나 차기 총리로 유력시 되고 있는 영국 데이비드 캐머론 보수당 당수도 환경보호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보수정당인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깨끗한 서울’을 앞세워 서울시장에 골인한 바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를 강하게 부정해 왔던 부시행정부와 다른 행로를 걷고 있는 캘리포니아 사례는 눈여겨 볼만 하다. 아놀드 슈왈제너거 주지사는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했고, 11월 선거를 앞두고 있는 현 상황에서 환경보호 슬로건이 선거 승리의 강력한 티켓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토의정서를 주도하고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꾸준히 거론해왔던 민주당 엘 고어 전 부통령 또한 2008년 대선에 재도전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국내에서 14일에 개봉 예정인 ‘불편한 진실’을 통해 환경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설파하고 있는 그는 ‘미국 대통령의 힘이 지구온난화 문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미국 정치권의 강력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듯 정치권에서 지구온난화 문제를 선거와 활용할 만큼, 전 세계적인 환경재앙은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경제성장과 안보문제를 앞세운 보수여론만 극심할 뿐, 환경에 대한 관심은 미비하다. 대표적으로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유발 등의 이유로 부과되고 있는 경유 환경부과금에 대해서는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고유가로 힘겨운 마당에 세금을 더 붙인다는 불평과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경유에 간접세를 더 붙이는 것은 역진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다.

하지만 무조건 세금을 걷는 것으로 환경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오염 발생자가 오염 해결을 위한 비용 부담은 당연하다. 문제는 오염 해결을 위해 걷은 특별세금이 정확하게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쓰이냐는 것이다. 납세자가 낸 세금영수증은 수두룩하지만, 그에 해당하는 행정피드백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납세자의 불신이 대답 없는 행정을 향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대기업 간의 소리 없는 카르텔도 이 같은 납세자의 불신을 가속화시킨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1997년 유가 자율화 이후 국내 5대 정유업체들이 주요 석유제품의 세전 공장도 가격을 ‘뻥튀기’해서 주유소들에게 19억원의 폭리를 안겨줬다고 주장했다. 공장도 가격이 부풀려진 만큼 소비자가격도 높아졌고, 지난 한 해 동안 소비자들이 추가 부담한 요금이 무려 2조93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매주 고시하는 세전 공장도가격보다 실제 주유소에 판매하는 기름가격이 더 높으며, 부풀려진 차액이 매년 고시가격의 10%가 넘는다는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의 비호 없이 이 같은 정유사의 폭리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양자간 합의에 의한 소비자 우롱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국제 원유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름값에는 이 같은 하락세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정유업체들의 독과점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과 적합한 행정행위만이 납세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다. 환경문제가 세금을 걷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위 글은  시민의 신문에서  ‘에너지’ 주제로,  연재기획 되고있는  이버들의  ‘에너지, 에코리듬 타다’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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