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녹색운동의 전망과 과제

2006.09.25 | 미분류

환경과생명(녹색운동의_전망과_과제).hwp

<환경과 생명> 2006년 가을호에 게재된 글을 공유합니다.

전체 원고 중 일부만 실었기에 보실 분들은 첨부파일을 내려받아서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 최승국 드림 –

* 시민운동의 위기인가, 한국사회의 위기인가?
21세기는 환경과 생명의 가치가 존중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속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 자체를 무색케 할 정도로 위기의 징후가 가장 먼저 감지된 곳은 환경운동 진영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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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환경운동 다시 보기  ⇒ 녹색운동의 방향모색

이제 그간의 시민운동, 환경운동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바탕으로 우리의 운동을 다시 정립할 때가 되었다. 한계를 한계로 인정해 버린다면 더 이상 운동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도 엄청난 변화를 거쳐 왔으며 운동진영에 대한 사회의 요구 수준도 변화되었다. 그럼에도 과거의 흐름에 안주한다면 시민운동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와 지지는 사라질 것이고 80년대를 풍미했던 급진주의 운동처럼 존재기반을 잃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지금 시기는 시민운동 스스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환골탈태를 통해 우리의 몫을 찾아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해 나가거나 아니면 시민운동을 대체할 다른 세력(아마 그것은 정치세력화나 자치운동이 중심이 될 것이고 또한 운동의 방식은 조직화되기보다 인터넷 등을 통한 활동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에게 자리를 넘겨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필자는 여전히 시민운동의 역할이 더 많이 요구되어지고 있고 그 때문에 우리 운동의 중심을 다시 세워야 함을 강조하며 몇 가지 방향을 고민해 본다. 그리고 그러한 운동을 과거의 환경운동과 구별하여 녹색운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녹색운동은 인간을 중심으로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가치와 생태계 그 자체의 순환을 중심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대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1) 한국사회의 방향성 제시
앞부분에서 우리사회가 방향성을 상실한 것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가 가야할 방향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현재와 같이 큰 그림 없이 환경문제가 발생하는 곳을 쫓아다니며 하는 운동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우리 사회에 비전과 희망을 줄 수 있는 큰 그림을 우선 모색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방향 모색을 위해서는 경제성장을 중심으로 한 인간만을 위한 가치가 아닌 모든 생명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는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가치인 <녹색주의> 담론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제 녹색주의를 이야기할 때다. 최승국, 녹색생명위원회 토론회
이러한 담론에는 국가(정부)와 정치권을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지, 경제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시장에 대한 통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역사회를 어떻게 녹색화 할 것인지, 전체 운동진영이 어떤 형식으로 녹색주의의 내용에 합의하고 각 진영간에 역할분담을 할 것인지에 대한 제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각별히 주의하여 보아야 할 점은 사회의 근본을 바꾸는 방향을 제시하되 이것이 대중들에게 이해되고 상상할 수 있으며, 수용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근본주의 운동은 늘 매력 있고 개량형의 조직은 이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만 그것이 가까운 미래에 대중들에게 수용되어지고 운동화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김기식, ‘이제 녹색주의를 이야기하자’ 토론문
성장과 개발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대중들이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경제분야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어떤 논리도 공허한 이상에 불과할 것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담론을 만들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녹색운동 진영만이 몫이 아니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전체 진보진영들이 지혜를 모아야 하며 그러한 일을 하는데 심부름 역할을 녹색운동 진영이 할 수 있어야 한다.

2) 사회전체의 흐름을 바꾸는데 영향을 줄 수 있는 운동을 해야
그렇다면 녹색연합을 포함한 녹색운동 진영은 어떤 방식으로 운동을 할 것인가? 지역과 단체의 성격에 따라 그 차이가 클 것으로 보지만 녹색연합이나 환경연합, 환경정의처럼 전국단위의 과제를 가지고 종합운동을 하고 있는 단체들에게 필요한 공통분모가 있다. 우리들이 우선해야 할 것은 우리사회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녹색운동 진영에 무엇이 요구되는가를 판단하여야 한다. 자기 지역에서 일어나는 환경현안만 대응하고 몇 가지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녹색사회는 구현될 수 있을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한국사회 전체를 놓고, 또한 지역단위 전체를 놓고 무엇을 바꾸어야 잘못된 사회시스템의 핵심을 건드릴 수 있는지를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국토계획일 수도 있고 도시기본계획일 수도 있고 시민들의 의식의 변화일 수도 있다. 때로는 자치단체장의 정책의지만으로도 지역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은 크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이 모두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운동진영 속에서 녹색운동진영의 역할분담이 무엇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선 목표와 과제로 무엇을 설정해야 하는지를 다시 그려내야 한다. 물론 단체가 위치한 지역과 조직의 성격에 따라 운동의 개별 목표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각 조직이 하고 있는 운동이 그 요구사항과 어떻게 연계되는지는 분명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 속에서 조직의 역량과 성격에 맞게 우선순위를 정해 활동을 해 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선순위에는 교육사업이나 회원사업이 포함될 수 있다.

3) 선행방식의 운동으로 전환, 의제의 재설정
앞 부분에서 이슈를 쫒아가는 운동, 즉 대응방식의 운동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녹색사회, 녹색경제를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에 맞게 운동과제가 선정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운동 목표를 바탕으로 먼저 이슈를 만들어 내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방식, 즉 선행방식의 운동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나 지방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파악과 지역사회의 요구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부분이 핵심고리인지, 그리고 개발동맹 세력의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개발사업의 첫 삽을 들기 전에 정책방향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이와 아울러 우리가 바라는 대안세상(녹색세상)에 한 발짝씩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구체성 있는 의제를 설정하고 사회화하기 위한 운동을 펴 나가야 한다.
물론 이러한 운동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책과 방향으로 시민들을 설득하기 어렵고 자극성 있는 기사를 선호하는 언론을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마약이 나쁜 줄 알면서 그것이 순간의 쾌락을 준다고 계속 즐길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이슈 대응방식이 갖는 한계를 알면서도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선행방식의 운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슈 대응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회구조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이슈를 정부나 개발론자들보다 먼저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며 운동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4) 녹색운동 세력화
자기대중의 부재가 갖는 문제 역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녹색운동 세력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는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녹색운동의 지지그룹을 분명히 해 내고 세력화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녹색의 대의에 의해 움직일 수 있는 10만의 사람들이 있다면 개발동맹 세력과 녹색진영간의 힘의 균형은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그렇기에 녹색운동의 세력화는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이다. 녹색운동의 세력화 방향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은 각 단체에 가입하고 있는 회원들을 보다 적극성을 갖고 활동하게 하거나 최소한 의사표현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조직하는 것은 우선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다. 지역에 기반하여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은 그나마 회원들의 참여하에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중앙단위에서 전국의제를 갖고 활동하는 단체들의 경우는 회원을 단순한 지지그룹을 넘어 각 의제에 대한 행동 세력으로 조직하기 위한 활동을 거의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핵심의제로 삼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회원들을 조직하여 의사표현을 하지도 못했으며 다른 국가들에서는 보편화되어 있는 사이버 시위 등에 회원들이 우선 참여할 수 있는 조건도 만들지 못했다. 각 단체에 가입된 회원을 우선 녹색운동 세력으로 묶어세우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물론 대부분 후원자로 분류되는 회원 모두가 운동세력화 될 수는 없을 것이며, 이 과제를 추진하다 보면 새롭게 어떤 사람들을 녹색운동 진영의 움직일 수 있는 세력으로 조직해야 할 것인가가 보다 분명해 질 것이다. 그리고 녹색연합의 예를 든다면 녹색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시민모임과 회원모임이 있고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의 경우 활동력이 일반회원보다 훨씬 높고 결속력도 높다. 어떤 모임은 참여자가 수백명에 이르기도 한다. 이러한 모임의 활동내용과 녹색운동 진영이 추구하는 활동을 일치시키는 것도 녹색운동 세력화의 빠른 길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지역 단위의 (준)공동체 개념의 그룹을 만들거나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협과 같이 지역에서 대안문화를 만들어가는 조직이나 지역단위로 교육운동(전교조 뿐 아니라 대안교육을 추진하는 모임 등)을 진행하고 있는 모임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열정이 있는 회원들을 주민자치위원회와 같은 공조직에도 결합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의 풀뿌리 활동과 녹색운동을 연계하고 그들이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녹색진영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운동역량 강화 측면에선 개별 회원을 조직하는 것보다 지역의 소규모 풀뿌리 조직들을 녹색운동과 연계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클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녹색운동의 세력화를 위해서는 정치세력화를 빼놓을 수 없다. 아직은 녹색운동 진영에서 구체성 있는 토대를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정치세력화는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이다. 기초단위의 의회에서부터 광역의회, 그리고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긴 호흡으로 어떻게 정치세력화를 이룰지 고민을 하여야 한다. 그러나 분명히 강조하는 것은 녹색인사들이 개별로 정치권에 편입(제도화) 되는 것은 올바른 모습이 아니다. 단 한명을 배출하더라도 명확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시작하여야 하며, 정치권에 진출한 세력과 시민운동 진영에 있는 세력간의 결합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성 있는 입장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개인으로 결합하였을 경우 환경부 장관이나 서울시장의 예에서 보듯 그것은 한 개인의 정치권 진출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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