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성형할까?

2006.09.29 | 미분류

▲ 심재봉화백

평소 얼굴주름이 많아 하회탈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던 노무현대통령이 주름 하나를 더 만들었다. 쌍꺼풀수술을 한 것이다. 나이 들면서 눈꺼풀이 쳐지게 되면서 눈동자를 덮자, 이를 일부 절개하고 쌍꺼풀라인을 만드는 의료용 성형수술을 하게 된 것이다. 벌써 일 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아직도 호사가들 입방아에 종종 오르곤 한다.

언젠가부터 예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되어버렸다. 20대 젊은 여성들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인상 좋고 예쁘고 잘생겨 보이기 위해 힘든 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성형공화국,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한탄은 논쟁거리조차 되지 않으며, 오히려 성형사실을 당당하게 밝히는 것이 자신감 있고 쿨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용시술이라면 늘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요즘은 다이어트 주사가 최신 뉴스다. 원하는 부위에 CO2 주사를 맞으면 살이 빠진다는 카복시테라피는 피하지방에 CO2를 주입하여 지방 분해와 대사를 촉진시키는 시술이다. 호흡할 때 발생하는 CO2는 인체에서 생성되는 가스인 만큼 주입해도 부작용이 없고, 외부에서 주입 시 인체가 운동할 때와 같은 반응을 보여 유산소 운동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시술자의 설명이란다.

외모에 관심 많은 지인으로부터 CO2 주사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기 중의 CO2를 모두 가져다 뱃살에 주사 놓으면, 비만도 해결되고 환경오염도 해결되는 1석 2조의 효과일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이 스쳐갔다. 대기 중에는 CO2가 너무 많고, 옆구리에는 살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이 CO2 배출이 많으며 에너지사용이 많다는 점은 이번 발표된 OECD 환경성과 평가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OECD 환경성과 평가는 회원국들의 환경상태와 정책성과를 평가하여 우수경험을 공유하고 미흡한 점에 대해서는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두 번째 평가가 이루어졌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1997년에 이뤄진 1차 평가와 그 이후의 이행성과를 평가한 결과로, 우리나라 환경정책은 ‘놀라운 진전’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수질과 폐기물 부분에서 환경관리가 양호한 반면, 에너지와 국토 이용에서는 환경정책에 적극 반영해 수정을 요하는 ‘권고’ 제안을 받았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 단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설정을 권고 받아서 포스트 교토체제에 따른 추가 의무감축기간에 대한 사전 제시를 의미하기도 한다.

OECD 평가보고서는 한국 환경문제를 잘 정리해서 설명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환경가치보다 개발이익을 우선할 위험성이 크며, 분야별 정책수립 과정에서 환경성 고려 및 비용효과 분석이 제한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또한 미세먼지나 오존, 질소산화물의 농도 개선과 CO2 배출저감이 미흡하고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는 대기질에 대한 종합적 관리대책이 전혀 없다는 점도 개선점으로 언급하였다. 한편 에너지 분야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환경성 고려가 제한적이며 에너지 가격에 대한 환경비용 내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하였다.

OECD가 지적한 데로, 우리는 에너지, 물, 살충제, 비료 사용 및 CO2 배출 집약도가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국가군에 속한다. 팔뚝에 주사를 맞든, 뱃살에 주사를 맞든, CO2를 의무적으로 줄여할 시기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아름다운 하늘을 만들기 위한 CO2 성형이 필요할 것 같다.

위 글은  시민의 신문에서  ‘에너지’를 주제로,  연재기획  되고있는  이버들의  ‘에너지, 에코리듬 타다’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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