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희망의 큰 그림을 함께 그리자!

2007.01.02 | 미분류

                                     새해에는 희망의 큰 그림을 함께 그리자!

                                                                          최승국(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 신임 사무처장 후보자)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금년 한해는 부동산 가격폭등, 실업자의 증가, 북핵문제, 한미FTA, 정치권의 혼란 등으로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어려운 한해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은 시민운동이나 진보운동을 하는 이들에게도 똑 같은 무게의 짐을 지우고 있다. 시민운동과 진보운동의 위기라는 말이 한동안 화두가 되고 있을 정도이니 진보세력에겐 그 어려움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해를 어렵지만 열심히 살아낸 시민들과 진보운동 진영에게 깊은 위로와 또 감사를 전하며 새해엔 우리 사회에 새로운 희망을 함께 만들어 가 보자는 제안을 드리고 싶다.
최근 몇 년을 돌아보면 올바른 진보를 바라는 우리사회는 참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새만금 간척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막고자 했던 환경운동 진영의 운동은 외형상 실패로 끝났고 8, 90년대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활동했던 전교조 등의 민주화운동도 이젠 국민들의 비난의 화살을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또한 지난 총선에서 대안정당, 진보정당으로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화려하게 등장하였던 민주노동당도 내부갈등과 명확한 자기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지지율이 바닥을 계속하여 헤매고 있다. 탄핵국면에서 시민의 힘으로 위기를 탈출하고 거대여당이 되었던 열린우리당이 지리멸렬하고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된 것도 진보진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대선국면에 이르면 대선과 연관된 주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현안이 물밑으로 가라앉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운동 진영에겐 더 혹독한 한해가 될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금처럼 대통령 선거 국면을 포함하여 우리사회의 큰 방향에 대한 진보진영의 큰 그림을 공동으로 그려내어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고 자기 울타리에만 갖혀 있는다면 말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우리사회가 가야할 방향으로 <녹색주의>를 바탕으로 한 <녹색사회>를 이야기하면서 이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든 시민운동과 진보운동 진영이 함께 모여 진보사회의 큰 그림을 함께 그려나갈 것은 제안해 왔다. 그리고 이제 이러한 숙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때가 된 것이다. 80년대 민주화운동으로 얻은 진보운동의 동력에서 벗어나 이제 스스로 우리사회의 전망과 희망을 만들어내야 한다. 서로 자기의 주장, 자신의 시각으로만 사회를 재단하는 한계를 벗어나 모든 진보진영이 모여 우리사회가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민들과 함께 희망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큰 방향을 함께 모색할 것을 우리 사회에 다시 제안한다. 환경운동, 경제개혁운동, 여성운동, 정치개혁운동 등의 시민운동 진영은 물론이고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운동 진영과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정당까지 함께 모여 지혜를 모아내는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자. 이러한 논의는 작게는 내년에 직면할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동일한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부터 멀리 우리사회의 비전과 사회발전 방안을 내오는 것까지 다양하게 진행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논의가 쉽게 이루어 질리는 없다. 당장 환경운동진영과 노동운동 진영만 놓고 보더라도 각종 개발사업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온 사례가 적지 않았다. 노동운동이 공익을 위하지 않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고, 시민운동이 때로는 현실을 고려하지 못하고 당위성만을 주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차이를 몇 차례의 논의로 극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각자 당면한 과제가 산더미처럼 많은데 한가하게 이런 논의를 하고 있을 수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이상 미루게 된다면 진보진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사회로부터 고립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하다. 사회가 어지럽고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여 희망 넘치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진보운동을 자칭하면서 각자 자신들의 목소리만 낸다면 이를 좋아할 국민들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그 목소리가 서로 딴 방향으로 들리는 바에는 더욱 그렇다.
일단 각 진영의 정책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한번 모여 보자. 모여서 현재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 논의해 보자. 또한 진보진영이 힘을 모아 공동으로 우리 사회의 방향을 만들어 가는 것이 가능한지 진지하게 토론해보자. 그리고 여력이 있다면 내년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어떻게 대응해야 역사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도 고민해보자. 이런 고민을 현실화 할만하다고 판단되면 논의를 구체화시킬 수 있는 틀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한국사회 희망 만들기’ 기획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 이 글은 <시민의신문> 06년 12월 25일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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