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뜨겁다

2007.02.28 | 미분류

         한반도가 뜨겁다

지난해 설날 즈음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온 적이 있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이름그대로 ‘히말라야’이다. 꿈에도 그리던 안나푸르나·다울리기리·마차푸차레 등 신성한 만년설 봉우리를 만났다.
만년설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고 보고 들은 것과는 달리 군데군데 검누런 속살을 드러낸 채 눈이 녹아내려 있었다. 네팔인에게 듣자니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만년설이 녹아 내리는 것은 물론이고 눈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대로 지속되면 만년설은 사라져 고산지대 주민들은 물 부족을 겪고 바로 식량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티베트고원의 히말라야는 7개 주요 강줄기를 만들어 내니 물 부족과 그 영향은 실로 크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 변화를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히말라야 만년설이나 킬리만자로의 눈, 남극빙하 등이 녹아 내리는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탐미할 수 없는 아쉬움 정도가 아니다.
심각한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를 우리 인류가 겪어야 하니 걱정이 태산인 것이다.

지난 2일 기후변화정부간협의회(IPCC)가 발표한 보고서는 이러한 걱정이 현실임을 보여 준다.‘인간 활동이 기후변화를 초래한다.’며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대량소비형 사회가 계속되면 21세기 말 지구온도는 6.3도 이상 올라가고 해수면은 58㎝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한 것이다.
이에 앞서 열린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500여 세계기업 경영자 중 38%가 미래 기업경영의 가장 큰 도전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변화를 꼽았다.

지난 16일은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지 2주년 되는 날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의무와 실행계획이 시작된 것이다.
유럽연합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거의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를 차지하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 휘발유 소비를 2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교토의정서 비준에 참여하지 않으며 지구온난화 원인과 징후를 인정하지 않아 비난을 받아 온 부시 정부도 현실로 드러나는 기후변화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참담하다. 한국정부나 기업은 교토의정서 발효를 경제성장의 위협으로만 느껴 감축 의무에서 벗어나려고만 할 뿐 기후변화 대책에는 무관심하다. 무대책인 것이다.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기온은 1.5도 상승하였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기온이 0.74도 상승하였으니 한국의 온난화 현상은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후대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1.5∼2.5도 상승으로 생물종 20∼30%가 멸종할 수 있다고 하니, 태풍 루사·매미와 같은 재난뿐만 아니라 기온상승으로도 우리 생태계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더구나 한국은 세계에서 9번째로 높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으니 지구온난화와 환경재앙을 일으키는 주요 당사국이다.

올해도 한국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 될 것이라고 하고 황사·가뭄 등 기후재난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 어디서도 한반도 기후변화와 기상이변, 생태계 교란을 포함한 실태보고나 대책을 담은 보고서 한권 찾아 볼 수 없다. 성장과 소비에 눈이 먼 단견과 욕망의 소치이다.

지구가 인류에게 주는 경고는 이미 시작되어 그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흥청망청 에너지 소비가 넘치는 한국사회! 이제 지구의 경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그 생산과 소비 양식을 절박하게 바꿔야 한다. 에너지 과소비형 산업구조를 체질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석유의존도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이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지구를 구하는 길이다.
집안의 난방온도가 올라갈수록, 도로에 자동차가 늘어날수록 하나뿐인 지구·한반도는 점점 뜨거워진다는 ‘불편한 진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김제남 / 녹색연합 정책위원

* 서울신문 칼럼 ‘녹색공간’에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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