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도 없는 새만금에 특별법부터 만드나

2007.04.13 | 미분류

                                              새만금 특별법 제정 근거 없다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선거철이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현상이 각종 개발 사업의 난무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욱 그 기세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흐름은 과거와 다른 한 특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바로 특별법이다. 지역발전 등을 명분으로 각종 개발사업들이 특별법을 앞세워 기세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연안개발특별법(남동해안특별법)이 그렇고 서남해안낙후지역특별법이 그렇다. 전국토의 20%를 개발지역으로 묶는 상식을 넘어선 특별법이 국회에서 논의 중에 있으니 특별법을 만들지 않는 지역과 국회의원이 바보 취급을 받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이에 질세라 충청권과 다른 지역들도 특별법안을 준비 중에 있다. 이제 전국토의 대부분이 특별법으로 개발될 형국이니 국가의 정책이나 일반 법률은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될 것 같다. 이러한 특별법의 결정판이 다름 아닌 ‘새만금특별법’이다. 농지가 필요하다고 수조원의 세금을 들여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방조제를 막은 지 이제 1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젠 농지가 아닌 지자체의 입맛에 따라 용도를 변경하고 그 이용계획에 대한 권한을 대한민국 정부가 아닌 전라북도가 전권을 갖겠다는 특별법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법률을 발의하기 위해 무려 173명이란 국회의원이 서명을 하였다. 아마 하나의 법안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많은 국회의원이 서명에 동참한 예를 찾기 어려울 것이며,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이렇게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참 보기 드문 광경이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새만금 특별법은 허황되기 그지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특별법이 적용될 새만금 지역은 겨우 물막이 공사가 끝났고 아직 방조제조차 완성되지 않은 곳이다. 그리고 이 지역은 여전히 바닷물이 드나들고 있는 갯벌이며, 담수호 조성과 복토작업 등의 공사가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최소 20년은 지나야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곳이다. 쉽게 말하면 특별법으로 개발계획을 세울 땅이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국회의원이 봉이 김선달도 아닌 담에야 어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을까? 어찌 개발할 땅도 없는데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 절반이 훨씬 넘는 이들이 나서서 특별법을 발의하고 나설 수 있다는 말인가?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부끄러워 고개를 들기 어렵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토지는 한국농촌공사 및 국가의 소유가 된다. 그런데 법안을 보면 그 토지조성의 이용계획을 입안할 권한을 제 3자인 전라북도지사에게 부여하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이는 위헌의 소지마저 있다고 법률가들은 지적하고 있는 대목이다. 또한 이 법안에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그 요청을 전라북도지사가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엄연히 경제자유구역법이 있는데 이러한 법체계를 근본에서부터 무시하는 법률안을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만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식을 넘어서는 독소조항은 그 외에도 상당히 많다.

대한민국 국회가 국민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새만금 특별법 추진을 중단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가의 재산을 특정지역의 전유물로 만드는 특별법을 만드는 한심한 국회로 낙인찍힐 것이며, 있지도 않은 땅을 팔아먹는 제 2의 봉이 김선달로 역사에 기록될 것임을 의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내일신문 4월 12일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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