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권발전특별법 제정 안 된다.

2007.05.29 | 미분류

                                                 연안권발전특별법 제정 안 된다.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참으로 괴상한 법안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를 통과하여 법사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 법률 하나로 설악산, 오대산 등 7개의 국립공원을 포함한 대한민국 전체 국토의 3분의1 이상을 개발대상으로 만들고 무려 35개 법률의 70개에 달하는 인허가 사항이 면제되고 환경보전을 위해 꼭 필요한 장치인 사전 환경성 검토도 환경부장관과의 협의로 대체하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입주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막대한 국고보조금을 지급하고 각종 부담금을 감면하도록 하며, 절반의 소유자의 동의만 구하면 나머지 소유자의 토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바로 ‘연안권발전특별법(이하 연안법)’ 이야기이다. 남해안, 동해안, 서해안 등 한반도 3면을 잇는 해안선에 연접한 모든 기초 지방자치단체 지역을 이 법에 의해 개발가능토록 하며, 엄청난 특혜를 부여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그 규모 면에서나 내용면에서 그간 만들어진 어떤 법률에서도 볼 수 없었던 엄청난 내용이며 그 위력이 얼마나 클 지 짐작케 한다.

실제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각종 개발 사업에 의해 국립공원과 해안선 등 그간 국가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지켜왔던 생태계가 심각한 파괴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법의 폐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오는데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일반법 기능을 마비시켜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며, 공익과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대부분의 환경관련 장치를 무력화시키게 된다. 결국 우리사회의 발전을 수십년 뒤로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점은 바로 특별법 도미노 현상이다. 이 법안은 애초 노무현 대통령이 서해안 지역을 방문하여 낙후지역을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밝히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서해안 특별법을 준비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를 본 남해안 지역에서 앞서 특별법을 발의하게 되고 연이어 동해안 특별법이 국회에 상정되었다. 결국 동해안과 남해안 특별법을 묶어 남동해안특별법으로 가는가 하더니 서해안까지 포함하여 연안법으로 둔갑한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특별법을 만들지 않는 지역이 바보취급을 받게 될 판이라 충청권발전특별법 등 내륙을 개발하겠다는 특별법이 거론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전국토가 특별법에 의해 난도질을 당할 형국이다.

때문에 연안법 제정을 둘러싸고 중앙과 지역의 환경단체는 물론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많은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반대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이 법안에 대해 환경부, 해수부,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 정부 내에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고 이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법률을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국회가 앞장서서 만들고 있다. 엄청난 생태계의 파괴와 법질서의 혼란을 초래하는 연안법을 제정하는 것이 과연 국민들이 국회에 위임한 권한인가? 국회가 과연 국민의 뜻을 대변하고 있기는 한가? 유감스럽게도 국회는 이미 국민들이 국회에 위임한 입법부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포기하고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세력으로 전락해 버린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번 임시국회에서 건교위를 통과하여 법사위에 맡겨진 법안에 대해 각계의 우려를 공감한 일부 양심 있는 의원들의 노력에 의해 법안심사소위로 넘겨진 것이다. 그리고 국회 내에서도 늦은 감이 있긴 하나 몇 몇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안법 통과를 막기 위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6월에 다시 임시국회가 열리면 연안법을 통과하려는 측과 이를 막으려는 측간의 심각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이제라도 국회가 입법부로서의 스스로의 권위와 법체계를 지킬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 이 글은 내일신문 5월 28일자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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