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마피아와 교통정책

2007.08.03 | 미분류

쇠귀에 경 읽기다. 도로중복투자가 가져온 폐해를 목 놓아 호소해도 건설교통부의 도로마피아들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심지어 자신들이 발주한 연구 결과도 무시한다. 지난 5월 25일 교통분야의 헌법으로 불리우는 국가기간교통망 수정계획(안) 공청회가 열렸다. 건설교통부가 발주한 연구 결과에 대한 공청회였다. 연구결과 중  춘천~양양 구간은 고속도로보다 철도를 놓는 것이 훨씬 낫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하지만 도로마피아들은 지역 여론이 도로 건설을 원한다는 이유로 이 연구 결과를 뒤집으려 한다.

그러나 지역 여론은 왜곡된 정보에 볼모 잡힌 민심이다. 이미 책정되어 있는 3조 5천억 원이라는 돈이 도로 건설 대신 철도 건설에 곧바로 투자된다 해도 강원도 민심이 지금처럼 들끓을까? 춘천에서 양양까지 가는 길은 동홍천~양양 고속도로 구간이 건설되지 않는다 해도 서울을 출발,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까지 간 후 고속도로에 버금가게 건설된 44번 국도와 46번 국도, 미시령터널을 이용하여 빠르고 편리하게 갈 수 있다.

오히려 이 예산을 도로중복투자에 낭비하느니, 민자로 건설된 미시령터널을 국가가 인수하는데 투자하는 게 백배 낫다. 지역주민들은 비싼 통행료를 물지 않아도 되고, 강원도를 여행하는 자동차 관광객들도 적은 돈으로 편히 다닐 수 있다. 2,000억 원에 못 미치는 미시령터널 인수 비용을 지출하면 해마다 최소수익운영보장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은 덤이다. 이는 안 그래도 열악한 강원도 재정압박을 더는 기회이기도 하다. 나머지 3조 3천억 원은 철도 건설에 바로 투자하면 된다. 교통수단이 다양화되면서 더 많은 관광객들이 강원도를 찾을 것이다. 철도청이 자랑하는 시속 180~200km의 틸팅열차가 강원도권에 맨 먼저 건설된 후를 상상해 보자. 서울에서 춘천을 지나 철도로 금강산 여행이 가능하게 될 수 있다. 차량을 가져오지 않는 사람들이 강원도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될 것이고, 차 속에 바리바리 먹을 것을 싸 짊어지지 않고 오기에 강원도의 경제는 한층 더 살아날 것이다.

과연 이러한 내용을 가지고 강원도민들과 이야기 해 보았는가? 이런 이야기 없이 이미 책정된 춘천~양양고속도로건설을 백지화한다는 이야기만 나돈다면 그 어디라고 민심이 끓어오르지 않겠는가? 하물며 지난 시절 개발의 기회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왔던 강원도민의 분노가 더할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하다. 도로에 투자되는 돈을 바로 철도에 투자한다면 강원도민들도 납득할 것이다. 도로마피아들은 자신의 뱃속을 채우기 위해 강원도민을 속이는 짓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하다.

녹색연합이 지적한 도로중복투자 사례를 기획예산처는 대표적 예산낭비사례 중 하나로 손꼽았다. 그러나 도로부문의 예산낭비는 여주~양평간 국도공사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춘천~양양 고속도로 건설을 강행한다면, 3조 5천억 원이라는 세금을 길바닥에 뿌리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춘천~양양고속도로건설은 미시령터널을 제2의 이화령터널로 전락시킬 것이다. 최근 이화령터널을 국가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인수하였다. 민자사업자측이 적자가 누적되자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가 패한 것이다. 지금도 예측교통량 미달로 손실액을 민간사업자 측에 보전해 줘야 하는 미시령터널로 인한 강원도의 재정압박이 춘천~양양고속도로가 건설된 이후에 더욱 심각해 질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뻔히 보이는 일을 굳이 외면하면서 자신의 잇속을 위해 도로건설을 강행하려는 도로마피아들에게 국민의 엄준한 꾸짖음이 필요한 때다.  

* 이 글은 경향신문 8월 3일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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