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의 싱그러운 소통 – 녹색휴가

2007.08.03 | 미분류

‘자연이 주는 불편’을 즐기자  

올 여름 휴가는 어디로 갈까? 초록의 숲, 시원한 바닷바람, 풋풋한 풀냄새, 맑은 공기. 매년 이맘때면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도시를 떠나 있다. 휴가 때 우리가 주로 찾는 곳이 바로 때 묻지 않은 자연이다. 휴가를 준비할 때 주로 인터넷으로 전국의 유명 관광지를 찾아서 숙소를 예약하게 된다. 그런데 올해엔 검색어를 ‘녹색관광’으로 쳐보는 것은 어떨까?  

녹색관광은 농촌과 어촌의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감상하고 농가의 생활과 음식을 체험하고 맛보는 관광이다. 도시와 농촌간의 교류의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휴가철은 모처럼 가족이 함께 하면서 아이들에게 자연을 찾아 환경의 소중함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섬진강을 지키는 김용택 시인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공부방은 자연이다’라고 말한다. 논과 밭에서 어떤 곡식이 자라는지, 시골 마을 앞 커다란 나무의 이름이 무엇인지, 시냇가 작은 토종 물고기들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요즘 어른들도 꽃이름, 나무이름을 잘 알지 못한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생태맹’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그 예로 지방 출장에서 길을 찾는데, 마을어른이 답하기를 “길을 가다 팽나무 숲이 나오면 그 숲에서 왼쪽으로 가면되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팽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해 길을 헤맸다는 경험을 들려주었다. 생태맹(ecological illiteracy)은 생태학적인 지식의 결여를 암시하는 개념이다. 단순히 지식만인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밀접한 관련 맺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행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생태체험교실은 많이 열리는데 오히려 어른들을 위한 공간이 없다. 자연과 소통하는 일을 배우는 것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녹색관광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마을 자체가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마을로 꾸며져 있기도 하다. 수확철을 잘 맞추면 고구마캐기, 버섯따기는 물론 메주 만들기, 팽이치기, 도자기 만들기 등 각종 체험도 함께 할 수 있다. 유기농 생산자들이 단순히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농장을 도시 소비자들에게 개방하여 유기농업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또 농촌의 생태환경이나 역사문화유산을 직접 탐방하고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체험 프로그램들이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올 여름 식구 수대로 가벼운 배낭을 메고 녹색관광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녹색관광은 어려움에 처한 농촌을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수려한 경관 속에 자리잡기 위해 오히려 산을 도려내고 엄청난 돈을 들여 대규모로 조성한 콘도나 리조트보다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들이 힘겹게 지키고 있는 농촌 살림에 힘을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과의 싱그러운 소통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더 있다. 녹음이 우거진 곳에 간다고 절로 ‘녹색휴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 가장 먼저 교통수단을 생각해보자. 자동차보다는 버스나 기차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보자. 그렇게 하면 아빠들도 운전대에서 해방돼 휴가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독일에는 장거리 비행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비행기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발생량만큼 돈으로 환산해서 기부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여행을 떠날 때 미치는 환경영향을 고려하는 것이다. 그렇게 모은 돈은 환경보호활동에 사용된다. 도보 순례나 트래킹도 인기이다. 자연속에서 천천히 걸으면서 사색에 잠길 수 있다. 우리가 산을 오를 때 정상을 목표로 하지만 트래킹은 자연에 들어 걷고 있는 그 순간을 즐긴다. 꽃을 주제로, 산성을 주제로, 옛길을 주제로 걷기도 한다. 자동차 타는일에 너무나 익숙한 아이들에게도 좋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온 가족이 휴식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휴가기간에는 반드시 잘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엄마들도 쉬어야 한다. 휴가 기간일수록 적당히 간단하게 먹기를 권장한다. 3박4일 정도의 여행에도 작은 배낭하나면 충분하다. 전 세계를 여행한 한비야 씨도 배낭 하나에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넣고 다녔다. 각종 휴가용품이 쏟아져 나오지만 정말 꼭 필요한지, 1년에 몇 번을 쓸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 불편을 감내할 수 있어야 이 땅도 지켜진다. 도시 사람들이 관광지에서도 자꾸 편리한 것을 찾다보니 아름다운 자연 한가운데 팬션과 편의시설이 들어서는 것이다.

우리가 녹색휴가를 떠나지 않으면 우리 국토는 말할 수 없이 황폐해진다. 다들 개발이라고 한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자꾸 시멘트를 덧대려고 한다. 우리나라의 2005년 국민 1인당 시멘트 소비량은 945kg로, 한사람이 1년에 1톤씩 시멘트를 사용하는 셈이다. 한창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국의 2배 수준이다. 시멘트로 온 국토를 덕지덕지 바르고 있다. 지자체들이 그리고 국립공원에서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해야 한다. 국립공원 생태 배우기, 야생동물 발자국 따라가기, 전문가와 함께하는 야생화 촬영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이 좋은 자연을 우리 대에서만 누릴 것이 아니라면, 이 여름 우리는 ‘녹색휴가’를 떠나야 한다. ‘편리함’에 길들여진 우리 몸의 습성들은 도시에 두고 떠나야 한다. 이번 휴가에서는 산과 들, 바다에게도 즐거운 ‘휴식’을, 우리의 마음에는 맑고 아름다운 자연의 ‘청아함’을 담고 돌아오자.

– 보리 출판사 “개똥이네 놀이터” 7월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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