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진정성’ 평점 이하 받은 후보들

2007.08.20 | 미분류

“환경은 노동자 생명, 건강과 직결…진정성 A를 기대한다”

올해 2월 인천 남동공단 지하 우수관에서 하수관 기초조사 작업을 하던 노동자 3명이 청산염에 중독돼 사망했다. 남동공단 내 업체가 청산염을 불법 배출한 것이다. 하도 어이없는 죽음이라 신문 하단에 실린 그 기사를 잊을 수가 없었다.

청산염에 오염된 물이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도대체 독극물과 오염 물질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이며, 노동자들이 마스크 하나 갖추지 않고 우수관 작업을 하도록 방치되었을까.

정말 어이없는 노동자들의 죽음

‘소리없는 살인자’ 석면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바로 지하철 노동자, 건설 노동자들이다. 석면은 폐암의 일종인 악성중피종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물질이다. 2000년에서 2006년까지 노동자 8명이 석면으로 인해 숨졌고, 28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여수지역건설노조 이재빈 조합원은 석면이 포함된 보온재 등 분진 현장에서 일회용 마스크 하나 없이 17년간 일했다. 폐암 3기 판정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했지만 1년 뒤 돌아온 답변은 석면에 의한 폐암이라는 산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이었다. 노동단체와 환경단체가 석면에 대한 경고를 끊임없이 제기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무관심하다.

최근 환경부는 차종별로 적용되던 배출가스량 규제를 자동차 제조사별로 평균배출량을 맞추는 방식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LPG 경상용차의 배출가스 허용기준이 강화되자 이 기준에 맞는 엔진을 생산하지 못한 GM대우의 다마스와 라보의 생산이 중단되었다.

자동차 업계의 불만이 쏟아지자 환경부는 기준을 완화하는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교통경찰관과 택시운전사들은 대도시의 심각한 대기오염에 가장 많이 노출된다. 대로변에서 노점상을 하는 분들도 자동차 배기가스를 하루 종일 들이마신다. 환경기준이 기업 편의에 맞게 완화되고, 이로 인해 공기나 물이 오염되었을 때 시민 모두가 그로 인한 피해를 입는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구호에 멍드는 것은 노동자와 환경이 마찬가지이다. 환경에 대한 기준이 약화될수록 기업의 생산비는 절감될지 모르나 그것이 사회 환경, 특히 노동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유난히 환경오염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 대한 배려를 기반으로 환경정책을 세워야 한다.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기업이 그 제도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

환경의 관점에서 농민들의 삶도 다시 봐야 한다. 과도한 농약 사용은 농민들의 생명을 앗아간다. 농약 중독으로 사망과 장애를 겪는 농민들의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건 단순히 농촌지역에 의료시설을 개선하고 농약을 뿌릴 때 방제복을 입는 것으로 해결이 안 된다.

우리 농업이 농사짓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친환경유기농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이다. 먹는 사람만 다치는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현장에서 농민들이 먼저 병들고 있다. 농약에 중독된 오소리와 너구리, 심지어 과수원 같은 곳에서 꿀벌이 농약에 중독돼 죽어버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같이 병들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더 이상 ‘사치스러운 이슈’가 아니다. 환경 악화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것은 이 땅의 가난한 노동자와 서민이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이 주룩주룩 내린 비로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은 허탕을 치기 일쑤다.

폭염은 땡볕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농민들의 생명을 앗아갈 정도이다. 매번 불어 닥치는 기상재해 보도를 무방비 상태로 지켜만 보는 것도 이제 지겹다. 강원도의 시름은 끊이질 않는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하루 빨리 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민주노동당 후보들 환경공약, 문제는 진정성

민주노동당 후보들의 환경공약은 훌륭하다. 폭로전 양상을 보이는 한나라당과 대선준비 체제조차 갖추지 못한 여권에 비할 바가 아니다. 문제는 진정성에 있다. 녹색정치사업단이 지난 17일 민주노동당 세 후보들의 환경정책을 평가한 결과 세후보 모두 ‘B’ 평점을 받았다.

세 후보 모두 환경세 도입, 지역 먹을거리 체계 구축,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전환, 재생가능 에너지 북한 지원 등을 중요한 생태ㆍ환경 정책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세 후보 모두 생태ㆍ환경 정책을 자기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지를 따지는 ‘진정성’ 지표에서 낮은 점수(평점 ‘C’ 이하)를 받았다는 것이다.

환경공약만큼 들러리 세우기 좋은 것이 없다. 그래서 당선이 되고 난 이후에 그만큼 주변으로 밀려나기 쉬운 정책도 없다. 민주노동당 후보들의 환경공약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노동자, 농민, 서민, 사회적 약자들이 어떤 ‘녹색정치’에 굶주려 있는지를 읽어야 한다. 정책보좌관이 마련한 정책이 아니라 자신의 입으로 ‘환경’과 ‘생태’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환경약자인 어린이들의 입장에서 아토피 문제를 이슈화한 것도 민주노동당이었다. 우리나라 정당 최초로 ‘녹색정치’ 선언을 한 것도 민주노동당이다. 가슴과 머리에 ‘노동’과 ‘환경’의 가치를 함께 담고 있는 진정성을 갖춘 후보가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유진 / 녹색연합 에너지 기후변화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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