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의 기후변화 정책을 듣고 싶다

2007.08.27 | 미분류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 / 배난주 활동가
            
“확고한 환경정책을 가진 대통령을 뽑자”며 지난 2004년 존 캐리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했던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올해 대선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다. 존 캐리 후보는 “환경주의자들의 영웅”이라며 불리며 115년의 역사를 가진 환경단체 시에라 클럽이 창립 이래 처음으로 공개 지지할 정도였기 때문에 2008년 대선 후보들로 인한 디카프리오의 실망감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올해 미국의 대선후보들이 환경, 특히 기후변화 문제에 무관심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정유업계의 세금우대를 없애고 정유업계 스스로 신재생에너지 아니면 500억 달러 규모의 펀드에 투자하도록 하여 이 금액을 재생에너지, 바이오연료, 에너지효율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경선캠페인 기간 중 온실가스 중립화를 선언하며 관심을 모았던 존 에드워드 후보는 신규 화력발전소 중지, 원자력발전소 반대를 주장하며 앞으로 연간 13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기후변화 방지 사업에 활로를 개척하자고 이야기한다. 공화당은 주로 테러와 이민 문제에 집중되어있지만 그 중 존 맥케인 후보는 200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토대로 한 법안을 마련하여왔으며 무엇보다 최근 국내외 압박으로 부시 행정부가 기후변화 정책의 궤도를 수정하고 있어 공화당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비슷하게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는 지금까지 범여권의 넘쳐나는 후보들의 얼굴을 익히기에 바빴고 한나라당 후보들의 정책경쟁보다 검증공방을 연일 신문에서 봐야 했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많은 여야당 대선후보들이 기후변화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금처럼 두 손을 놓는다면 이명박 후보의 7% 경제성장, 국민 소득 4만 달러를 통한 7대 강국, 손학규 후보의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선 글로벌 경제시대에 부합하는 정말 잘 사는 국가, 정동영 후보의 평범한 사람의 행복한 사회 모두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대선후보들에게 먼 이야기이지만 불행하게도 기후변화는 국민들과 매우 밀접한 문제이다. 최근 기상청은 온도가 오르고 대기가 불안정해져 장마가 끝났지만 장마 때보다 홍수량이 많은 “8월 이변”이 발생한다며 지금 한반도는 아열대 기후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올해 들어 더욱 강력해진 폭염 현상은 국민에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으며 온도상승으로 한반도의 해양, 육지 생태계는 이미 예전의 한반도가 아니다.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을 제작한 엘 고어 미국 전 부통령은 기후변화란 윤리적이며 정치적인 문제라고 하였다. 실제로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의 기후변화정책이 후퇴한 것처럼 국가지도자의 환경 마인드는 그 국가의 환경정책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리고 지금,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쉽을 필요로 하고 있다.  

– 이 글은 경향신문 8월 23일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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