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위한 다이어트 2.0

2007.10.09 | 미분류

환경을 위한 다이어트 2.0

녹색연합 정책실 모영동

미국에서 6년을 살면서 손에 잡히는 데로, 피자와 햄버거 등등을 먹었더니 74킬로였던 몸무게가 88킬로가 되었다. 해마다 옷은 작아졌고, 때로는 계절마다 옷 사이즈가 달라진 적도 있었다. 옷이 작아질 때마다, 난 당연히 좀 더 큰 치수의 옷을 사 입었다. 결국 내 허리 사이즈는 30인치에서 36인치로 변했다. 한국에 돌아와 수영을 하고 육식을 줄이니 몸무게는 다시 77킬로로 돌아왔고 허리는 32인치가 되었다. 옛날에 입던 옷을 다시 입을 수 있게 되었다. 11킬로그램을 다이어트 한 셈이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 계속해서 큰 옷을 사 입었더라면, 난 지금쯤 어떤 사이즈의 옷을 입고 있었을까?  그리고 나의 건강은 어떠했을까?  

다이어트는 한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환경을 위해서도 다이어트는 필요하다.  영국의 뉴베리라는 도시를 지나는 A34도로는 상습적인 정체로 시달렸고 그 해결책으로 우회도로를 건설하였다. 우회도로가 건설된 지 8년 후, 우회도로의 교통량 증가는 건설당시의 예측을 크게 넘어섰다. 예측했던 것보다 더 빨리 교통량은 증가했고, 우회도로 마저 정체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것은 뉴베리 지역에서만 일어난 현상은 아니다. 영국 곳곳에 건설된 우회도로는 교통 혼잡을 감소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차량이 기존의 도로와 우회도로를 이용하도록 하였고, 교통체증 현상은 해결되지 않았다. 단지 일시적으로 정체 현상이 해소되었던 것이다.

새로운 도로건설을 통한 교통체증 문제 해결은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 더 큰 치수의 옷을 사 입는 것과 같다. 일시적으로는 편할지 몰라도 곧 새로운 옷을 사 입어야 한다. 문제는 옷은 더 큰 치수의 옷을 사 입을 수 있지만, 도로 건설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즉, 더 이상 큰 치수의 옷을 사 입을 수 없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전국토를 도로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큰 치수의 옷을 계속 사 입어도 다이어트를 하지 않으면 건강에 문제가 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계속된 도로 건설은 수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늘어난 자동차 통행량에서 비롯된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 오염이 대표적인 예이다. 서울의 경우, 대기오염물질의 72.6퍼센트가 자동차에서 배출된다고 하니, 자동차는 대기오염의 주범이다. 또한 도로 건설은 산림파괴의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다. 산림파괴는 지구 온실 가스를 흡수하는 숲을 줄이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줄인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개발을 위해 도로를 건설한다는 논리도 점점 타당성을 잃고 있다. 고속화된 도로는 오히려 지역경제를 파괴하고 있다. 빨대효과라고 불리는 현상인데, 작은 도시들은 고속화도로의 건설도 인해, 소비자들을 대도시로 뺏기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기가 사는 작은 도시의 작은 상점을 외면하고 큰 도시로 쇼핑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 영국에서 발행된 보고서의 결과이다.

일시적 문제 해결을 위한 도로 건설 이제 중단해야하지 않을까? 더 큰 치수의 옷을 사는 것보다 체중을 줄이는 것이 우리의 건강에 좋듯이, 더 많은 도로를 건설하기 보다는 자동차의 운행을 줄일 수 있는 대중교통의 편의성 향상을 통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지구의 건강과 우리의 건강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이어트 2.0을 시작하자. 즉, 도로 건설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 이 글은 교통방송이 발간하는 월간 <행복합니다>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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