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가능에너지로 북녘을 따뜻하게

2007.11.06 | 미분류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다. 서민들은 배럴당 100달러 시대 초읽기에 들어간 유가 폭등을 지켜보면서 이번 겨울 난방비 걱정에 한숨을 쉬고 있다. 특히 도시가스보다 훨씬 비싼 기름을 쓰는 농촌과 어촌의 에너지 빈민 지원이 절실하다. 이번 겨울, 차가운 방에서 추위를 이기지 못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이들의 소식을 듣지 않도록 정부와 사회가 안전망을 짜야 한다. 한편으로 우리보다 더 혹독한 겨울을 나는 북녘 주민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북녘 주민들이 겪는 에너지난은 상상을 초월한다. 오죽하면 ‘1㎾의 에너지는 한 방울의 피와 같다’는 구호가 나왔을까. 남쪽에 비해 겨울철이 길고,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는 혹한을 겪는 북녘에서 난방은 생존과 직결된다. 그럼에도 북한의 에너지 소비량을 보면 취사용 에너지 소비량이 난방 소비량보다 많다. 난방은 생각지도 못하고, 밥을 지을 연료조차 부족하다는 것이다. 새터민들의 증언으로, 밥 지을 연료가 부족해 한꺼번에 밥을 해서 여러 날을 먹는다고 한다. 나무가 사라진 산에서 땔감을 구할 수 없는 주민들은 인근 탄광에서 불법으로 굴을 파 석탄을 훔쳐 난방용으로 사용한다. 굴을 팔 경험도 도구도 부족한 주민들이 굴이 무너지면서 목숨을 잃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2006년 겨울에만 북한의 유선지구 사굴에서 11명이 사고로 숨졌다.

대북에너지지원 국민운동본부는 북녘에 태양열 조리기와 소형 풍력 발전기를 보내고자 모금을 하고 있다. 태양열 조리기 한 대만 있으면 북녘 산간마을에서 주민들이 충분히 밥을 짓고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 태양열 조리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의 재생가능 에너지 교육용으로 쓰이지만 인도나 티베트에서는 이미 조리용 생활용품으로 자리잡았다. 2005년까지 티베트에 보급된 태양열 조리기 대수만 68만대다. 태양열 조리기를 비롯한 재생가능 에너지는 에너지 기근에 시달리는 북녘 주민들에게 지금 당장 에너지를 공급해줄 수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북녘에 ‘축산분뇨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지원하는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축산 분뇨를 혐기소화해 얻은 메탄가스로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해 북녘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북녘은 협동농장을 통해 320만마리로 추산되는 돼지를 치는데, 이를 이용해 바이오가스 전력생산 프로젝트를 추진할 경우 인근 주민들의 생활전력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도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시범단계에 있지만 안성 한경대학의 바이오가스연구센터의 시범 플랜트와 산업자원부, 농림부의 바이오가스 시범 사업의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북녘과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녘에 재생가능 에너지를 지원하게 되면, 남한의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도 성장하고 일자리도 창출된다. 게다가 청정개발체제(CDM)를 통해 북녘에서 줄어드는 이산화탄소량 만큼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게 되니, 남북이 서로 좋은 방법이다. 지금 시민단체, 지방자치단체, 국제기구는 재생가능 에너지를 북녁의 에너지 위기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남북이 함께 따뜻한 겨울을 준비하는 일에 우리 정부만 빠져 있다.

이유진/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장

한겨레 신문 11월 5일자 기고란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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