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혁명으로 정책선거 치르자!

2007.11.30 | 미분류

                                           유권자 혁명으로 정책선거 치르자!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17대 대통령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종 후보등록 결과 열명이 훨씬 넘는 후보가 등록을 마쳐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모두 복수의 후보가 등록한 것도 역사상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그만큼 복잡하고 특수한 상황 속에서 맞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후보등록이 끝나고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었지만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의 시선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훨씬 크다. 다음 5년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 선거임에도 우리 사회의 미래상에 대한 비전제시와 정책대결을 중심으로 한 선거운동보다는 BBK, 자녀 위장취업과 탈세의혹 등 주요 대선후보의 후보자격 시비로 예비선거운동 기간을 소진하였고, 각 정당의 이념과 비전에 근거하기보다 정치공학을 근거로 한 이합집산만이 넘쳐나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국민들의 근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은 분명히 있다. 주요 후보들은 늘 “선거판의 주인은 후보가 아니라 유권자이다. 유권자 혁명이 필요하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뇌이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안중엔 유권자가 자리하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안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말은 분명 진리이다. ‘유권자가 주인이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유권자 혁명이다.’ 정책이 사라진 선거판에서 올바른 정책대결을 이끌어내고 진정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역할이 유권자의 손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유권자를 무시하고 자기들만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후보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회가 무엇인지, 그에 맞는 정책과 비전을 내 놓으라고 유권자들이 당당히 외쳐야 한다.

UCC 활동과 인터넷 상에서 의견 개진까지 불법으로 규정하는 등 후보등록일 전까지 못된 선거법은 유권자들의 입과 발을 철저히 묶어 놓았었다. 그러나 이제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유권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이것이 대선 후보들의 귀에, 그들의 가슴에 강한 충격을 전달될 때 때 진정한 유권자 혁명이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우리 국민들의 현명함과 역사발전의 법칙을 믿는다.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는 대다수 유권자들이 잘 알고 있다. 역사의 수례바퀴를 뒤로 돌리지 않을 수 있는 판단과 결정이 12월 19일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를 위해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녹색연합과 대선시민연대와 같은 단체에서는 이번 선거가 정책선거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들의 삶의질 향상을 위한 7대 정책과제와 7대 환경정책도 제시하였고, 경부운하와 같이 낡은 시대의 가치관으로 역사발전을 가로막는 나쁜 공약을 선정하여 이를 폐기하도록 촉구하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유권자의 의견을 직접 모으는 생활공약 모으기 활동도 뜨거운 관심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갈 것인지, 유권자가 관객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당당한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지 여부는 바로 우리 유권자들에게 달려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정책이 사라진 선거판에서 정책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권자의 참된 주인의식을 발휘할 때가 온 것이다.
  

* 이 글은 내일신문 11월 29일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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