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차 발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절반의 성공이다

2007.12.18 | 미분류

제1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폐막했다. 기후변화 대응의 향방을 가늠하는 금번 회의는 2012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방향을 제시하는 ‘발리 로드맵’으로 매듭지어졌다. 발리로드맵에 따라 2009년까지 2013년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온실가스감축 의무를 지게 되는 새로운 체제가 만들어진다. 또한, 선진국은 개도국에 대한 기술이전에도 합의하였다. 이런 결과에 대해 일부 국가들은 다소 아쉬움은 남지만 향후 더욱 많은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해졌다는 자평을 하고 있다.

우리들은 그런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긴박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교토의정서에서 규정한 감축량보다 2012년 이후에는 감축량이 극적으로 많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IPCC가 권고한 선진국들의 감축량(1990년 대비 2020년까지 25~40%)을 규정하는 문구가 빠졌다는 건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신 IPCC가 제시하는 기후변화의 긴급성과 좀 더 강도 높은 감축을 인식하자는 문구로 대체되면서 미국이 참여하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향후 당사국총회가 희망적인 상황만은 아니다. 이번 총회를 통해 일본과 캐나다 등 일부 선진국들은 IPCC의 25-40% 감축안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향후 난관이 예상된다. IPCC가 권고한 수치도 수용이 되지 않는다면, 향후 회의에서 그보다 진일보한 감축량을 수용될지 의문이다.

한편, 미국은 진정한 ‘온난화의 축’이 어디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로 인류를 비롯한 생태계가 황폐화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미국은 리더쉽 발휘는 커녕 자국의 이익만을 전면에 내세웠다. 미국은 초지일관 구속력 없는 자발적 감축만을 주장했을 뿐이다. 오죽하면 앨 고어가 미국을 빼고 협상을 하자는 발언까지 했겠는가? 이러한 미국의 태도를 극복하기 위한 세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 역시 미국이 주도하려는 기후변화의 세계질서를 거부하고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야 한다. 이는 윤리와 생존의 문제이다.

우리는 한국정부의 태도에도 유감을 표한다. 일부 언론에서 “우리나라가 2013년부터 의무감축 국가가 된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나라가 의무감축국가군인 Annex I(부속서 I국가, 선진국)으로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도 아니고, 발리 로드맵을 통해 개도국 모두 “측정 가능한 감축목표”를 세우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특히 자발적 목표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의무감축”도 아니다. 한 마디로 한국정부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면서 결과에 편승하였다.

한국은 굳이 일일이 언급하지 않아도 세계인 모두가 다 알고 있을 만큼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이 높다. 경제규모 10위, 온실가스 배출량 9위, 석유소비량 6위의 국가를 누구도 개발도상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현실에 맞는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협상에서는 눈에 띄지 않게 지내고, 한국의 영향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책임 없는 정부대표단’이 실망스럽다. 정부의 말처럼 결과적으로 의무감축이라면 오히려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의사를 밝히고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한국정부는 기후변화에 관한 외교 전략과 윤리의식을 재고하고,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기를 진심으로 촉구한다.

13차 당사국총회가 기대 한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앞으로의 여정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수치 놀음은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세계인들의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건 몇몇 정부대표단이 아니라 세계 시민 모두의 힘이다.

2007.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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