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시민정신과 삼성의 후안무치

2007.12.23 | 미분류

서해 기름유출 사고에서 보여 준
                                          자원봉사자들의 위대한 시민정신과 삼성의 후안무치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태안 앞바다에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하고 반달 가까이 지났다. 사고를 낸 기업 관계자들의 실수와 정부의 초동대처 미흡으로 이번 사고는 최악의 해양사고로 기록되며 국내유일의 해안국립공원인 태안반도 일대를 초토화시켜 죽음의 바다로 만든 것은 물론 그 피해가 서해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어장은 황폐화되었고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던 태안해안국립공원과 천연기념물인 신두리 해안 사구 등은 회복하기 힘든 치명적인 기름 오염 속에 파묻혔다.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를 딛고 해당지역의 생태계가 회복되기까지는 적어도 20년은 걸린다는 것이 관계당국의 설명이고 전문가들은 그 기간을 훨씬 길게 잡고 있다.

이처럼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피해확산을 막고 오염된 기름띠를 걷어내기 위해 발 벋고 나선 것은 사고를 낸 기업이나 정부 당국이 아닌 바로 위대한 시민정신을 보여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수십만의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제대로 된 방제장비조차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매일 수만명의 시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 기름띠를 걷어내고 바위와 해안가에 묻은 기름 찌꺼기를 닦아내는데 몸을 아끼지 않았고 이로 인해 짧은 시간에 피해지역은 서서히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이번에 보여준 자원봉사자들의 시민정신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만큼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 이 모습을 보면서 10년전 IMF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벗어나기 위해 온 국민이 나서서 금모으기 운동을 벌였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위기 때마다 빛을 발하는 우리 국민들의 시민정신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민정신과는 달리 사고를 낸 당사자인 삼성중공업을 포함 삼성그룹의 경우 아직까지 공식 사과한마디 하지 않은 채 사고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최고의 전문가와 관련 변호사를 확보하여 삼성그룹이 받을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데만 급급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태안반도 일대를 죽음의 바다로 만든 장본인으로써 기업의 명운을 걸고라도 방제작업과 피해보상에 앞장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자원봉사자들을 몰래 내려 보내 숨어서 방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기업의 이름을 드러내고 방제활동을 하기 부끄럽고 죄스러울 것이나 그럴수록 국민들앞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돌팔매를 맞을 각오를 하고 앞장서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초 일류기업을 자처하는 삼성의 이러한 후안무치를 보면서 피해주민은 물론이고 일반시민들의 분노가 점점 끓어오르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라도 삼성그룹 차원에서 모든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삼성그룹 전체의 사활을 걸고 방제활동과 주민들의 피해보상, 그리고 생태계 회복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길만이 국민들의 노여움을 벗고 다시 뛸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책임을 줄여 보겠다는 얄팍한 술수로 일관한다면 초 일류기업이 아니라 삼성은 ‘초일류 오염기업’으로써의 낙인을 면치 못함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과 전세계인의 지탄의 대상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삼성 그룹의 현명한 판단과 행동을 기대한다.

* 이 글은 내일신문 12월 21일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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