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칼럼]자동차 중독 치료가 먼저

2008.03.11 | 미분류

[생태칼럼]자동차 중독 치료가 먼저

식물연료의 득과 실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경유를 대체하는 바이오디젤은 열대밀림을 파괴하여 만든 대규모 플랜테이션에서 나온다는 이유로, 옥수수·밀·사탕수수를 원료로 만드는 바이오에탄올은 세계 식량가격 폭등 원인으로 지탄받고 있다. 실제 곡물가격 상승이 심상치 않다. 국제 밀값이 하루 사이에 22%나 올랐다. 세계적인 옥수수 품귀현상으로 국내에서도 5월부터 유전자조작(GMO) 옥수수로 만든 전분이 유통될지도 모른다. 전분은 우리가 즐겨먹는 과자와 빵, 아이스크림, 라면에 들어간다. 우리는 지금 식량과 에너지 문제가 한데 얽힌 복잡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바이오에탄올 붐이 일게 된 계기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바이오에탄올 소비량을 200억ℓ에서 2017년까지 1320억ℓ로 6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부터다. 이후 멕시코와 브라질의 밀밭이 바이오에탄올 생산을 위한 사탕수수밭으로 급격히 전환됐다. 미국시장에 바이오에탄올을 수출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미국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인구 1000명당 800대이다. 성인들은 한 대 이상의 차량을 갖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 중독에 걸린 사회를 치료하지 않고, 연료만 바이오에탄올로 바꾼다면 세상의 모든 옥수수와 밀, 사탕수수를 전부 바이오에탄올로 사용해도 모자랄 것이다.

환경정책연구소 소장 레스터 브라운은 4륜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 대를 가득 채울 에탄올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옥수수 약 200㎏이 필요한데 이는 한 사람을 1년 동안 먹여 살릴 양식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상황을 자동차 중독에 빠진 8억명의 사람들과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20억명이 대결하는 것으로 비유했다. 식량을 과도하게 연료로 소진하는 것은 문제이다. 아무리 차가 편하고 좋다지만 차를 뜯어 먹고 살 순 없지 않은가.

미국만이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의 자동차 중독도 심각하다. 우리나라 자동차 연간 평균 주행거리는 일본의 2배이며, 미국보다 더 많다. 경차 비중은 6.5%로 24~55%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당장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자전거의 수송 분담률을 높여야 한다.

그렇다면 바이오 연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식물연료의 문제점만 부각하게 되면 역설적으로 정유회사들에 좋은 일만 시키게 된다. 자동차 사용을 줄여가는 것과 동시에 대체연료로 식물연료 사용은 확대해야 한다. 식물연료가 부딪힌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에서 답을 찾아보자. 유휴농지에 유채를 심고, 폐식용유를 이용해 바이오디젤을 만들어 사용해 보자. 농가 소득도 올리고, 폐식용유도 처리하고, 연료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자동차 중독을 치료하는 것이 먼저이다. 바이오 연료는 그 다음이다.

※ ‘살 데’는 우리가 사는 곳, 곧 환경이라는 뜻입니다.

〈 이유진/녹색연합 기후변화 팀장 〉

경향신문 3월 12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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